경찰이 야간 문화제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강제해산을 벌인 데 이어, 민주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어 경찰의 '강경진압'이 되풀이될까 우려된다.
민주노총은 오는 31일 오후 4시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조합원 2만여 명이 참여하는 '노동·민생·민주·평화 파괴 윤석열 정권 퇴진! 민주노총 총력투쟁대회'를 연다.
민주노총은 이 자리에서 경찰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고 노동법 개악 중단을 요구할 계획이다. 같은 날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와 금속노조도 각각 용산구 대통령실과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조합원 1만여 명, 3천여 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연 뒤 대회에 합류한다.
이를 앞두고 집회·시위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정부·여당과 경찰의 기조가 뚜렷한 만큼, 경찰이 집회 해산·검거를 밀어붙일 경우 노동자들과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
경찰로서는 지난 16~17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노숙 집회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정부·여당의 호된 질책을 받은 뒤 처음 맞는 대규모 집회다. 경찰은 집회에서 참가자가 도로 전 차로를 점거해 교통체증을 유발하거나, 신고된 집회 장소를 이탈할 경우 즉시 해산 조치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대는 지난 24일부터 고강도 집회 대응 훈련을 해왔다. 매운 통증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인 '캡사이신'을 활용한 집회 해산과 해산 불응 등 불법행위자 검거, 집회현장 이탈 차단 등을 위주로 훈련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경찰은 지난 25일 대법원 앞에서 열릴 예정이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문화제와 노숙 농성을 '불법 집회로 변질될 소지가 있다'며 행사 전부터 원천 봉쇄하고, 이를 막으려던 참가자 3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또 행사 중간에는 '불법집회'라며 문화제 참가자들을 강제해산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건설노조 노숙 집회와 관련해 민주노총 간부 3명이 집회 다음날인, 다음 달 1일 경찰 소환을 앞둔 터라 긴장이 한층 고조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합법적으로 신고된 범위 내에서 (집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처하고, 불법으로 변질되면 불법 수위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한상진 대변인은 "이미 집회 신고를 마쳤고, 경찰이 오후 5시로 시간제한 통고를 해서 그(시각)에 맞게 집회 계획을 짰다"며 "우려할 일(충돌 사태)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찰이 진압할 명분이 없는 합법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