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의원 단속 제대로나 될까"…자치경찰로 가는 교통과

전북자치경찰위원회가 도내 260대 112순찰차에 자치경찰 홍보스티커를 부착했다. 전라북도 제공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사무를 분리하는 자치경찰제 이원화 시범사업이 2024년부터 제주·강원·세종 특별자치도에서 실시될 계획이다. 전북자치경찰위원회(전북자경위) 또한 이 시범실시 지역에 전북이 포함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전북자경위가 "스스로 '임상 실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오는 동시에 현장 경찰에선 끊임없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단속 업무가 있는 교통경찰이다. 자치경찰 제도에서 교통경찰의 독립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예산권 아래서 '엄정 단속 휘청' 우려

26일 전라북도자치경찰위원회가 작성한 '전북형 자치경찰제 이원화 시범모델'안에 따르면 교통과가 자치경찰 산하로 들어가게 된다. 교통범죄수사대를 제외한 모든 교통과 사무가 자치경찰로 넘어간다.
 
교통과의 대표적 업무는 음주와 과속,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 단속이다.
 
수십 년 전 국민들은 교통경찰하면 장화 속 구겨진 지폐와 면허증 아래 접힌 지폐를 떠올렸다. 또 교통경찰이 음주단속에 걸린 경찰서장이나 과장 그리고 고관대작님을 봐주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이러한 교통경찰의 잘못된 근무행태와 조직문화는 긴 시간 이뤄진 경찰 내부의 자정작용과 시민의식의 발로로 '정상화'됐다.
 
최근 전북 전주에서는 전직 경찰서장이 무면허 운전을 해 적발돼 사건 청탁을 시도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전직 서장은 재판에 넘겨졌으며, 청탁 전화를 받은 경찰 또한 수사받고 있다.
 
그러나 교통과가 자치경찰로 넘어가면 수십 년 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권과 예산권을 함께 가질 자치단체장들이 교통경찰의 단속권을 남용할 것이라는 거다.
 
자치단체장이 자치경찰의 인사권과 예산을, 시·도의원들이 자치경찰의 예산 심의와 자치경찰에 대한 조례를 재·개정하기 때문이다.
 
한 경찰 간부는 "자치단체장과 시·도의원들이 예산과 인사권을 가질 텐데 자치경찰 이원화 제도에서 음주단속의 초동조치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며 "국가경찰이 수십 년 동안 변화해 왔지만, 인사권과 함께 수당 등 예산권을 갖고 있는 정치인과의 관계에선 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자치경찰이 시행되기 전임에도 술을 마시던 강원도 지역의 모 군수가 경찰서장에게 "오늘은 단속하지 말자"고 전화한 일도 있었다. 국가경찰인 해당 서장은 "더욱 단속을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전북 자경위가 발표한 시범안. 전북자치경찰위원회 제공

선심성 행정 우려도…"우리 동네 신호등 더 만들어"?

신호위반과 과속 단속 카메라의 설치·철거도 시민의 안전이 아닌 정치적 셈법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단속 카메라를 설치·철거하는 과정은 먼저 경찰이 필요성을 검토해 요청하면 지자체와 함께 움직이는 구조다. 이어 지자체가 유지·보수한다.
 
교통과가 자치경찰로 넘어가면 '지역주민 밀착형 치안행정'이라는 논리에 의해 "내 지역구에 하나 깔아줘" 식으로 정치인이 지역구 표만 생각하는 교통행정이 벌어질 수 있다. 시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꼴이다.
 
현직 경찰관은 "교통 정책과 시설 관리가 자치경찰로 일원화되고 잘 운영되면 효율적인 시스템일 수도 있다"면서도 "자신의 지역구에 선심성 행정으로 신호등과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철거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북자경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해서 일선 경찰들의 우려에 대한 입장은 밝혔으나 기사화는 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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