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누워있던 사람을 보지 못해 차로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대구지방법원 제3-1형사부(재판장 김경훈)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9)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0년 경북 의성군의 한 도로를 운전하다가 도로 위에 누워있는 20대 남성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A씨는 "도로에 누워있던 피해자를 미리 발견한 후 회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설령 운전 중 과실이 있었다고 해도 사고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장소는 왕복 4차로 도로에 중앙분리대까지 설치돼 있는 곳으로 사람의 횡단을 예상하기는 어려운 곳이다. 그런데 피해자가 1차로와 2차로에 걸쳐 누워있었기에 피고인으로서는 그 같은 이례적인 상황을 예견하기는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사고 시간이 밤 10시 52분이며 사고 장소에 조명이 없었던 점, 당시 비가 내리고 있었고 피해자가 어두운 하의를 입고 있었던 점을 이유로 피고인이 충분한 거리에서 피해자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시속 약 70km로 주행했으나 초과한 속도가 시속 약 6km에 불과하다는 점, A씨가 제한속도를 준수했다고 하더라도 사고를 회피할 가능성은 없었다는 도로교통공단의 사실조회 회신 등을 무죄의 근거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