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않는 '발신 행위 자체'도 스토킹

연합뉴스

여행에서 우연히 알게 된 여성에게 수 차례 연락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받은 50대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부(이영진 부장판사)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3)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수강 명령도 내렸다.

A씨는 2021년 11월 울릉도 패키지 여행에서 알게 된 20대 여성 B씨에게 사흘간 6차례 전화를 걸고 1차례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전화 시도로 인해 발생한 휴대전화 벨소리와 부재중 전화 표시만으로는 스토킹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행위 자체는 인정하지만 혐의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사건을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A씨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 원인에 주목했다. B씨는 "A씨가 식사 자리에서 절대로 먼저 전화하는 일 없다며 연락처를 요구하고 '조폭 생활을 오래 했다'는 말을 들은 상황에서 다음 일정에서도 A씨를 계속 마주쳐야 해 연락처를 줬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남자친구와의 스킨십을 집요하게 캐물었고 B씨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이런 질문을 하는 숨은 뜻을 파악하지 못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전화기가 만들어 낸 벨 소리나 진동음, 부재중 전화 표시도 스토킹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전화를 받아야만 스토킹 범죄가 성립한다고 해석한다면 발신 행위 자체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갖게 됐음에도 전화를 받을 때만 범죄가 성립되는 이상하고도 불리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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