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통장·마을 상점이 '문지기' 되어 외로운 죽음 막는다

정부, 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 발표…5년간 '20% 감소' 목표
다세대 주택·고시원 밀집지 등 발굴 및 지역별 자조모임 등 강화
예방·관리정책 담당 중앙-지역센터 지정…"재정당국 협의 통해 사례관리사↑"

연합뉴스

주변에 아무도 없이 홀로 지내다 쓸쓸이 죽음을 맞은 국내 인구는 2021년 기준으로 연간 3378명이다. 그해 전체 사망자(31만 7860명) 중 1.1%의 비율이다. 결혼·부양에 대한 가치관 변화와 '1인 가구' 중심의 가족구조, 지난 3년간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 구성원 간 고립·단절을 심화시켰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고독사 발생건수는 연평균 8.8%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사회관계망 지표 조사 결과, 한국은 '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80%로 41개국 중 38위에 그쳤다(OECD 평균 91%).
 
향후 고독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군은 약 152만 5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처음으로 고독사 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정부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무작위 추출한 1인 가구 94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다.


복지부 제공

인적망 활용한 위험군 발굴 집중…통·반장 등 '게이트키퍼' 양성


복지부 제공
 
정부는 '사회적 고립 걱정 없는 촘촘한 연결 사회'를 비전으로 향후 5년간의 정책방향을 담은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을 1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재작년 기준 사망자 100명당 1.06명인 고독사 수를 2027년 0.85명까지 '20% 감소'시키겠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고독사 위험군 발굴 및 위험정도 판단 △사회적 고립 해소를 위한 연결 강화 △생애주기별 서비스 연계·지원 △고독사 예방·관리 정책 기반 구축 등을 4대 추진전략으로 내세웠다.
 
우선 정부는 사전에 위험군을 최대한 촘촘히 찾아내는 데 집중한다.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 이·통·반장 등 이웃들과 접촉하기 쉬운 지역 주민과 부동산 중개업소, 식당 등의 지역밀착형 상점을 '고독사 예방 게이트키퍼'로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다세대 주택 및 고시원 밀집 지역, 영구임대 아파트, 중장년 1인 가구 등 고독사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난 지역·대상에 대한 발굴조사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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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전·단수 등 주로 경제적 곤궁에 초점이 맞춰진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과의 연계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고독사 위험군을 조기 발굴할 수 있도록 관련 위기정보와 생애주기·지역특성 별로 차별화된 발굴 모형도 개발하기로 했다.
 
고독사 위험군의 위험 정도와 그에 따른 필요서비스 판단을 돕는 점검표를 포함해 1인 가구 등이 스스로 확인해볼 수 있는 '사회적 고립 및 고독사 위기'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도 개발한다.

지역 시설 활용한 교류모임 활성화…AI 통한 '위기신호' 감지도


보건복지부 제공

생전의 '고독'을 완화할 수 있는 연결망 강화에도 힘쓴다. 고독사 인구가 평소 가족·친척은 물론, 직장·종교 등 사회적 교류가 대부분 단절돼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정부는 고독사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공동체 공간을 조성해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간단한 '티타임'과 점심부터 취미활동을 함께하거나 공유부엌 등 여러 목적의 교류 활동이 추진될 수 있다고 보건복지부는 설명했다.
 
도서관·생활문화센터 같은 지자체 문화시설도 적극 활용해 인문상담 및 예술·체육활동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지역별 가족센터는 연령대별 1인 가구의 소통과 자조모임 등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정부는 특히 사회적 고립가구가 단순 지원대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연결·고독사 예방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끔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독거노인 등으로 구성된 지역공동체에서 '해독음료'를 생산·배달하는 등의 활동이 거론된다.

 
복지부 제공

민간의 대화형 인공지능(AI) 기술은 주기적 전화를 통한 안부 확인 등에 쓰인다. 또한 AI가 위험군의 전력·통신·수도 등의 사용패턴을 학습해 사용량이 급변할 경우 위기신호로 보고 대상자 신변을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생애주기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도 이뤄진다.
 
요즘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고립·은둔청년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청년 위험군은 '정서불안(42.8%)'과 '경제적 문제(36.2%)'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고독사 중 자살사망비율이 매우 높고(2021년 기준 20대 56.6%·30대 40.2%) 다른 연령대보다 정서지원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게 특징이다.
 
정부는 이들이 필요로 하는 정서·취업 지원을 강화한다. 청년들의 정신건강검진 주기는 10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실제 정신증 진단을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청년마음건강 바우처' 및 특화사업을 연계한다.
 
기업탐방형·인턴형 등 청년 일경험지원사업과 청년도전지원사업의 연계를 통해 직무역량 향상과 구직의욕 고취도 도모한다.
 

실제 고독사에서 최다 비중(58.6%)을 차지한 중·장년 위험군은 '경제적 문제(39.1%)'로 인한 곤란이 가장 컸다. 이에 정부는 조기퇴직한 위험군에게 재취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역 내 평생교육기관에서 건강관리·금융·디지털 역량 관련 교육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기적인 보건소 방문건강관리를 통해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한편 일상생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돌봄·병원 동행·정서 지원 등의 서비스도 신설할 예정이다. 중·장년층은 본인이 복지대상자로 선별되는 데 거부감이 더 심한 만큼 이들의 사회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별도의 대응모델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70대 이상 노인층은 '건강 문제(30.4%)'가 역시 핵심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연계, 방문의료지원팀 구성 등 지역 내 방문의료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노인 위험군과 공공·민간 자원봉사자 간 1 대 1 결연을 통한 정서지원, 같은 마을 노인들 간 상호돌봄을 위한 노노케어(老老-care)도 강화한다.


고독사 통계 매해 생산…중앙-지역 지원센터 두고 인력 증원


사망 이후 시신 인수자가 없는 고독사 사망자에 대한 공영장례는 확대하고, 유가족·주변인들이 겪는 정신적 외상에 대한 심리안정 프로그램도 개발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같은 고독사 예방·관리 업무를 전반적으로 수행·지원할 수 있는 '중앙 사회적 고립 예방·지원센터', 지자체와 협력할 '지역 사회적 고립 예방·지원센터'도 지정·운영할 방침이다.
 
지역별로 위험군 사례관리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통합사례관리사도 단계적으로 증원한다. 다만, 복지부는 "아직 재정당국과 협의 중인 상태"라며 구체적인 증원 규모·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복지부 제공

여러 기관으로 흩어진 고독사 관련 정보를 연계할 수 있는 통합 데이터베이스 등도 구축한다. 고독사 관련 통계 생산주기는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고독사 예방의 날(가칭)'을 지정해 국민적 관심도를 지속적으로 제고할 계획이다.
 
복지부 이기일 제1차관은 "사회적 고립 예방 캠페인과 정책 포럼을 통해 고독사 예방을 위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지속적으로 형성해 나가겠다"며 "혹시라도 생활하면서 외로움을 느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지금 잠시 잊고 있던 가족이나 친구에게 연락을 하시는 것도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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