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당시 이른바 '통일혁명당 재건' 사건에 연루돼 17년간 옥살이를 한 고(故) 박기래씨가 재심 끝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는 18일 고 박기래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통혁당 사건은 박정희 정권 때인 지난 1968년 8월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대규모 간첩단 사건으로, 북한 지령을 받은 인사들이 통혁당을 결성해 반정부적 활동을 했다는 내용이다.
박씨는 통혁단 재건 간첩단 사건으로 기소돼 1975년 4월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후 1983년에 무기징역, 1990년에 징역 20년으로 감형된 뒤 1991년 석가탄신일에 특사로 가석방됐다. 수감 생활 17년 만이었다.
그는 출소 후 통일운동가로 활동하다 2012년 별세했다.
이후 유족은 2018년 12월 재심을 청구했고, 검찰은 재심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형사12-1부(김길량 진현민 김형진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피고인은 불법적으로 체포 및 구금된 상황에서 수사를 받았고,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자백하는 내용의 피고인의 피의자신문조서, 진술서 등과 당시 법정진술은 임의성 없는 자백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없다"면서 "다른 증거들도 증거능력이 없거나 그 증거들만으로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