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청 주차단속원들이 '허위 불법주차 신고' 2천여 건을 동료 직원들에게 몰아넣은 사건과 관련해 구청도 본격적인 내부 조사에 다시 착수했다. 다만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지 않고 있어 징계 등 후속조치까지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17일 은평구청에 따르면 구청 감사과는 지난 4월부터 주차단속원들과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1:1 면담 등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은평구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정확한 사실관계, 재발 여부, 직원 고충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은평구 주차관리과 주차단속원들이 같은 구청에서 함께 일하는 단속원 5명에게 최소 2084건이 넘는 불법주차 민원을 집중 신고한 사실이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로 드러난 바 있다.(참고: [단독]'허위 주차신고 2천건' 범인은 동료 공무원? 은평구청판 '더글로리')
당시 피해 직원들은 가해 직원들의 신고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던 지난해 8월부터 구청에 '내부 직원의 악성 민원인 것 같다'는 취지로 문제 해결을 호소했다. 하지만 은평구는 '내부 직원의 소행이라는 근거를 가져오라' 등으로 답할 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피해 직원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불법주차 신고 장소를 촬영한 방범용 CC(폐쇄회로)TV 영상을 확인하자 곧 가해자들의 신원이 특정됐다. 지목된 가해 직원 3명도 은평구에 스스로 '내가 불법주차 신고를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자체 조사를 시작했던 은평구청은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는 이유로 진행하던 내부 감사를 일시 중단했는데, 최근 들어 다시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이는 예상 밖으로 경찰 수사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지난해 11월 피해 직원들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지 약 5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 피의자 조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경찰이 직접 방범용 CCTV 영상을 확인해 가해자가 범행에 사용한 차량 등을 확인했고, 구청 감사에서 가해자 직원들이 범행을 자백해 피의자가 사실상 특정됐는데도 별다른 이유 없이 수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수집하는 등 수사 중이다"고 답할 뿐, 이처럼 수사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경찰 수사가 늦어지면서 구청도 미뤘던 내부 감사를 재개하기는 했지만, 가해 직원들에 대한 징계 등 후속 조치 여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은평구는 가해 직원들에 대한 징계 등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은평구 관계자는 "가해자로 지목되는 직원들에 대한 수사 결과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늦을 것 같아서 선제적으로 구청 내부에서 조사하고 있다"면서도 "(가해 직원들에 대한) 신분상 조치는 (경찰) 수사 결과 후에 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