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올해 금리 인하 없다"는데…시장 기대와 엇갈려 혼란

한국도 미국도 "긴축 기조" vs "금리 인하될 것" 어긋나는 현상
전세계적으로 금리 인하 시점 관심사
연준 주요 인사들도 기준금리 인상 관련 온도차
한국도 시장금리와 기준금리 '엇박자'
일각에서는 우려도…"부동산 가격 오르고 물가 자극할 수 있어"

연합뉴스

미국 통화당국이 긴축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지만 시장의 기대감이 이와 어긋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각종 시장지표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고 통화당국은 이를 경계하는 혼란스러운 모습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금융시장 지표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17일 현재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4.065%로 나타나 현재 미국 기준금리(5%~5.25%)를 밑돌고 있다.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미국 기준금리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통상 받아들여진다.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4% 내외로 소폭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美연준. 연합뉴스

반면 연준 주요 인사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부인했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는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무엇을 할 지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꺾였다고 보지만 필요하다면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CNBC 방송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가 오더라도 최소한 연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동일하게 벌어지고 있다. 올해 초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했지만 은행권은 시중금리를 낮췄다. 당시 채권 가격 역시 은행권에 동조하는 모습이었다.

미 연준의 긴축 종료 기대와 함께 한은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에 시장금리가 반응한 것이다. 12개월 만기 은행채(AAA) 금리는 지난해 11월 14일 연 5.025%에서 지난달 14일 연 3.517%까지 떨어졌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인위적 개입'의 영향도 컸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직접적으로 '이자장사' 비판에 목소리를 높이며 대출금리 인하를 강력하게 주문했다. 이에 은행들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낮추면서 시장금리가 떨어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들 사이에서 통화정책을 전환하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가 16일(이하 현지시간) 내놓은 관련 보도 내용엔 한국이 오늘 8월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통신에 따르면 노무라홀딩스의 시장조사 관계자는 "수출 급감과 인플레이션 완화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의 중앙은행 모두가 금리 인상을 종료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만 한은은 아직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선을 긋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대해 언급하면서 "과도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베이비스텝'을 곧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인플레가 어느 정도 통제되는 상황을 전제로, 한은 기준금리는 내년 쯤 내려가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통신 역시 기준금리 인하가 멀지 않았다는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기대보다 빠른 금리 인하는 아시아 통화 중에서도 평가절하가 가장 심한 원화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의 성급한 기준금리 인하가 원화 가치를 더 떨어뜨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원·달러 환율을 크게 뒤흔들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시장의 기대와 통화당국의 메시지가 엇갈리면서 혼란은 깊어지는 모습이다. 16일(현지시간) 미 연준 인사들은 기준금리 인상 중단 여부를 두고 각기 다른 의견을 쏟아냈다. 그간 만장일치로 금리 결정을 해온 것과 비교하면 치열한 내부 논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인하'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는 16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해 "여러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견고하다"며 "이 시점에서 기준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존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는 같은날 버진아일랜드대 강연에서 "우리의 결정이 경제에 완전히 영향을 미치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우리 결정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면서 피드백을 받고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모습. 황진환 기자

국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시장금리 인하를 주문하고 통화당국은 기준금리 인하에 조심스러운 '엇박자' 상황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벌써 부동산 가격이 꿈틀대고 있어, 이후 물가와 가계부채도 반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커진 상황에서 시장금리만 내려가는 상황이 지속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잘못된 시그널이 되어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통화·금융 정책에 대한 입장과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감원에서 예대금리차 축소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는 게 통화정책 효과를 반감시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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