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나라 지하철에 낙서하고 도망…미국인, 法선처로 '석방'

연합뉴스

전국 지하철 기지 9곳을 돌며 전동차에 '그라피티'(graffiti)를 몰래 그린 미국인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으나 법원의 선처로 석방됐다.

인천지법 형사2단독 곽경평 판사는 17일 선고 공판에서 특수재물손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미국인 A(27)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곽 판사는 "피고인은 전국에 산재한 다수 차량기지에 침입해 낙서하면서 전동차를 손괴했다"며 "절단기를 이용해 야간에 기지에 침입하는 수법이 불량하고 수리를 위해 큰 비용도 필요해 피해 정도가 가볍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반년 가까이 구속된 상태로 자성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보이고 뒤늦게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며 "피해 기관 중 서울교통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4개 기관에는 피해를 배상했고 이들 기관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7일 결심 공판에서 "불법행위를 명백하게 인식한 상태에서 범행한 뒤 외국으로 도주했다"며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A씨는 지난해 9월 14~24일 서울·인천·부산 등 전국 지하철 차량기지 9곳에서 래커 스프레이로 전동차 외부에 그라피티를 그리고 달아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공범인 이탈리아인 B(28)씨와 함께 차량기지 외부 철제 울타리를 절단기로 파손한 뒤 몰래 침입해 범행했으며, 해외로 출국했다가 지난해 11월 루마니아에서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지난 1월 국내로 강제 송환돼 재판에 넘겨졌으나 B씨의 행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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