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대통령 탄핵을 두고 거친 비난을 서슴지 않는 멕시코 대통령이 페루 정부와 날카로운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페루 안디나통신과 일간지 엘코메르시오에 따르면 아나 세실리아 헤르바시 외교부 장관은 전날 저녁 발표한 성명에서 "멕시코 대통령은 최근 반복적으로 우리에 대해 무책임하게 간섭하고 있다"며 "일련의 멕시코 대통령 발언을 단호하게 거부한다"고 밝혔다.
헤르바시 장관은 '어리석음', '편향된 시각' 등 용어를 쓰며 "멕시코 대통령은 현실을 왜곡하고 민주적 공존을 원칙으로 하는 규범을 위배하고 있다"며 자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앞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전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태평양 동맹 의장직을 두고 "권력 찬탈자인 페루 대통령에겐 (의장직을) 넘길 일 없을 것"이라며 "이는 다른 회원국인 콜롬비아에서도 동의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멕시코·칠레·콜롬비아·페루 등 중남미 주요 4개국을 정회원국으로 둔 태평양 동맹은 경제통합·사회 불균형 해소·성장 제고·정치적 협력 등을 목표로 설립한 국가 간 협의체다.
한·중남미 전체 교역에서 이들 정회원국이 차지하는 규모도 60%에 육박할 만큼 한국에도 중요한 국제기구다. 태평양 동맹 참관국(옵서버)인 한국은 준회원국 격상을 바라고 있다.
회원국 간에 돌아가며 의장직을 맡는 관례상 페루에서 그 역할을 수행할 차례인데, 멕시코 대통령은 현 페루 대통령을 사실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페드로 카스티요 전 페루 대통령의 탄핵과 구금 이후 페루 전역에서 소요 사태가 지속되는 것과 관련, "쿠데타 세력이 합법적인 대통령을 축출했다"라거나 "현 페루 정부와 대통령은 가짜"라고 수시로 힐난했다.
멕시코 대통령의 지속적인 '말폭탄'에 대해 페루 정부는 지난 2월 주멕시코 페루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등 외교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헤르바시 페루 외교부 장관은 "태평양 동맹 취지를 훼손하는 멕시코 대통령의 언행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정식으로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