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A씨는 자신을 관리하던 고법 직원 B씨에게 '복무의무위반 경위서'를 제출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기 때문이라는데요.
법원은 사회 속 최소한의 규율인 법을 판단하는 곳이자 근무할때도 제복을 입고 근무하는 엄격한 문화가 형성된 곳인 만큼 반바지 차림이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서울고등법원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은 대법원 행정예규(공익근무요원 복제규정 제2조)에 따라 사복 차림으로 출근해도 제복으로 갈아입은 뒤 근무를 합니다.
A씨는 지시받은 대로 경위서를 작성하는 대신 바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진정서에서 A씨는 "사회복무요원은 근무 시간 중 제복을 착용할 의무가 있을 뿐 출퇴근 복장까지 제한하는 법적 근거는 없다"며 "일반 직원의 출퇴근 복장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사회복무요원만 제한하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권위 조사에서 B씨는 "사회복무요원의 (반바지 차림)출퇴근 복장을 허용할 경우 운동복이나 문란한 옷을 입고 출근할 수 있다"며 "사회복무요원들이 점심시간에 사복으로 갈아입고 외출하거나 근무가 일찍 끝나 반바지 차림으로 법원 청사 안을 다니는데 직원들과 민원인의 불만도 많다"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무릎을 덮는 반바지는 허용했다"며 "공공기관 품위 유지를 위해 필요한 행위"라고 덧붙였습니다.
양측 조사를 마친 인권위는 출퇴근 복장제한이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이 보장하는 일반적인 행동 자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인권위는 "사회구성원들이 용모의 다양성을 폭넓게 존중하게 되면서 민간업체뿐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반바지 등 직원들이 자유로운 복장을 입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며 "사회복무요원의 출퇴근 복장에 대한 규정이 없는데 임의적 판단으로 규제하고 경위서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A씨의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인권위는 지난 8일 서울고등법원에 "사회복무요원의 출퇴근 복장을 법원 직원들이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인권위의 이러한 권고는 사회복무요원들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복장과 용모를 단정히 하고 항상 품위를 유지한다는 전제가 서 있을 경우에 해당됩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법이라는 진지함의 무게를 가진 곳에서 슬리퍼 끌면서 출근하는 것도 문제", "직원은 규제하지않고 사회복무요원만 규제하는 것도 문제", "보기 싫었으면 말로 주의를 주면 되는데 경위서 제출은 심했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