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계속 하향세 타나…대출자들 시선 쏠려

미국 연준 금리인상 종료 시그널에 대출금리 하락세
정부의 계속된 '이자장사' 비판 등도 한 몫
엇갈리는 지표들 나타나며 오락가락 금리 상황
물가상황, 경기침체 등 지표 당분간 더 지켜봐야

연합뉴스

은행 대출금리가 1년 반 전의 수준인 3%대까지 떨어지며 하향세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대출자들의 시선이 금리가 앞으로 더 내려갈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물가와 미국 내 SVB은행 파산 여진, 경기 침체 등 영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의 대출금리 하락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종료 시그널의 영향이 크다. 연준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후 내놓은 성명서에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예상한다'는 문구가 삭제됐다. 시장은 이를 두고 긴축 종료 수순이 시작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혼합형 금리의 지표로 사용되는 은행채(무보증·AAA) 금리는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달 초 은행채 금리 추이를 살펴보면, 5년물 금리가 2일 3.961%에서 3일 3.898%, 4일 3.840%로 하락세를 보였다. 6개월물도 2일 3.575%, 3일 3.574%, 4일 3.567%를 기록했다. 1년물 역시 2일 3.642%, 3일 3.621%, 4일 3.600%로 하향세를 나타냈다.

이같은 추세에 더해, 우리 정부의 금리 인상 억제 시그널이 유지되면서 은행채보다 시중 대출금리의 하락세가 더욱 강하게 도드라지고 있다. 정부가 꾸준히 '상생금융'을 강조하고 있는데다가 은행들 스스로도 이자장사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금리 인하 효과를 위해, 지표금리에 덧대는 가산금리를 내리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레고랜드 사태 이전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80~5.796%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은행채와 예금 등의 금리가 소폭 떨어지면서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한 달 만에 다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월(3.56%)보다 0.12%포인트 낮은 3.44%로 집계됐다.

대출자들은 향후 금리 하락세가 지속될지 관심이다. 이미 주담대는 증가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주담대는 803조6천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8천억원 증가했다. 3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한 것이다. 주택 거래도 소폭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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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올해 중 주택 구입 계획이 있어 주담대 금리를 지켜보고 있는데, 연말 안에 미국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 같아 기다리고 있다"라는 등 금리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보인다.

다만 하향세가 지속될지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의 SVB은행 파산 여파 등으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꺾일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추후 경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각종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금리가 변동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관찰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은행채는 연일 하향세를 기록하다 지난 8일 반등했는데,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의 4월 고용지표가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이면서 이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고용시장이 호조를 보이면 물가상승 압력이 커져서 긴축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아직 금리 인하 전망을 두고 각종 예상이 공존하는데다 인플레이션 압박도 남아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향후 금리가 하향세인 것에 무게가 실리지만, 그런 와중에 의미가 엇갈리는 지표들이 나타나면서 방향성 설정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당분간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는 물가 상황 등을 감안하면 연내 인하는 힘들 것"이라면서 "국내의 경우도 쉽지 않지만, 대출금리 인상을 억제하는 정부의 기조 등 압박 요인이 있는데다 경기 침체 우려 등이 심해지면 미국보다는 조금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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