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가상자산(코인) 보유·거래 의혹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14일 전격 탈당 선언을 하면서 당 차원의 진상조사와 윤리감찰이 중단 수순을 밟게 됐다. 최근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서도 줄탈당이 이어졌던 만큼, 당이 논란 때마다 의원 '자진 탈당'을 출구 전략으로 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사팀 "수사권 없어 추후 조사 한계…위법 사항 없어"
이날 오전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 더는 당과 당원 여러분에게 부담을 드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 공세에 끝까지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다"며 "허위 사실에 기반한 언론보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철저히 묻고 단호히 맞서겠다"고 강조했다.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탈당하려는 당원이 당에 탈당 신고서를 내면 당은 접수한 날로부터 2일 이내에 해당 당원을 당원 명부에서 말소해야 한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적으로 자유 의사에 근거한 탈당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탈당으로 당 차원의 진상조사와 윤리감찰도 중단될 전망이다. 다만 당규에 윤리심판원이 탈당한 자에 대해서도 징계 사유의 해당 여부 등을 조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에 대해 권 수석대변인은 "당 지도부가 취할 방침이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면서 "해석 여지가 있는 부분은 진상조사팀이나 윤리감찰단에서 논의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련해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조사팀이 강제수사권을 가진 기관이 아니니 당외 인사에 대한 조사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사팀에서 결정적 증거를 찾았기 때문에 김 의원이 탈당한 건 아니다"라며 "현재까지 조사팀이 의혹을 해소한 것도 없지만, 김 의원의 여러 의혹들 중 위법으로 확인한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은 김 의원의 코인 논란이 불거진 지 엿새 만에 자체 진상조사팀을 꾸리고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조사에 착수했다. 김 의원이 국회 상임위원회 참석 중에도 코인 거래를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자 이재명 대표는 지난 12일 긴급 윤리감찰을 지시하기도 했다.
'돈봉투' 줄탈당 데칼코마니?…당내서도 비판 제기
김 의원의 탈당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송영길 전 대표와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사례가 있은 지 약 열흘 만이다. 당의 연이은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돈 봉투' 의혹이 일파만파였던 당시 민주당은 '검찰이 수사 중이고 당은 강제수사권이 없어 진상조사가 어렵다'는 판단 하에 현역 의원들의 자진 탈당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일찌감치 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윤관석·이성만 두 의원을 지도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설득했고, 결국 탈당하지 않으면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에서 '비상징계'를 의결하겠다고 압박하며 자진 탈당을 끌어냈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에서도 지도부가 끝까지 논란에 책임지지 않고 자진 탈당으로 논란을 불식시키려던 의도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실상 이 대표가 김 의원에 대한 윤리감찰을 지시했을 때 이미 김 의원에 대한 탈당 수순이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시각이다.
관련해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다시 자진 탈당으로 정리가 돼 당의 징계 절차를 무력화하는 것이냐"면서 "당원에 대한 사과 운운하며 국민에 대한 책임은 피해가는 꼼수탈당"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당이 나서서 당내 현안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탈당을 절대로 수락해서는 안된다. 김 의원의 탈당에 대해 지도부가 '당헌·당규상 막을 방법이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면 민심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