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11일 발표한 '2023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1.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월 전망치 1.8%에서 0.3%p 하락한 수치다.
이번 KDI 전망치 1.5%는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획재정부 1.6%보다는 낮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과는 같은 수준이다.
KDI는 올해 상반기에는 글로벌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위축으로 우리 경제 성장률이 0.9%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중국 경제 회복 영향과 반도체 부진 완화로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면서 2.1%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월 반기별 전망치와 비교하면 상반기와 하반기 모두 각각 0.2%p와 0.3%p 하향 조정됐다.
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연간과 상·하반기 전망치를 모두 하향 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경기 부진"이라고 말했다.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경기 부진"
반도체 경기가 지난 2월 전망 때 예측보다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올해 하반기 회복 속도도 예상보다 더딜 가능성이 있어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는 설명이다.
정규철 실장은 "현재 반도체 경기는 2001년 IT 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정도로 부진이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 경기 부진은 수출 위축과 직결된다.
이번 전망에서 KDI는 올해 수출(금액)이 지난해보다 7.6%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는데 감소율이 지난 2월 전망 때 5.9%보다 훨씬 커졌다.
KDI는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도 올해 취업자 수 증가 전망치는 지난 2월 10만 명보다 17만 명이나 늘어난 27만 명으로 대폭 상향했다.
정규철 실장은 "성장률은 낮추고 고용은 높여 의아할 수 있지만, 이는 수출과 내수 경기 격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위축 등에 따른 제조업 부문 고용 감소는 지난 2월 예측한 대로이지만, 서비스업 취업자 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아주 느리다는 것이다.
KDI는 "제조업 부진에도 서비스업 생산이 높은 증가세를 보임에 따라 양호한 고용 여건이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가 자극 우려 경기 부양 지양하고 기준금리는 동결해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5%로, 지난 2월 전망치 대비 0.1%p 내려갔다.
정규철 실장은 "2분기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이 애초 예상보다 크게 지연되거나 다음 분기로 미뤄지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정책 방향과 관련해 KDI는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나 내수와 고용 여건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만큼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 확대는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의 경기 부진 원인이 대부분 수출 특히, 반도체에 집중돼 있고 내수는 나쁜 상황이 아닌 만큼 주로 내수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정부 경기 부양책은 물가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다.
KDI는 "경기 부양보다 중장기적 성장잠재력 확보를 위한 지출에 집중하고, 경기 부진과 고물가·고금리 상황을 고려해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정책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축소에도 기조적인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은 미약한 만큼 상승률이 물가 안정 목표치(2%)로 수렴하도록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올해는 기준금리를 더 인상하거나 내리지 말고 현 수준에서 동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 KDI는 내년 경제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2.3%와 2.4%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