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한 IT업체를 상대로 100억 원 상당을 빼앗은 조직폭력배 등 일당을 검거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0일 브리핑을 열고 2021년 2월부터 약 1년 동안 피해자들을 감금·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한 조직폭력배 출신 피의자 등 16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중 주범 A씨와 중국동포 출신의 폭력배 등 8명은 구속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주범인 A(35)씨는 2021년 2월쯤 코로나19 관련 마스크 사업을 하면서 코인 거래로 큰 수익을 얻고 있다는 피해자 B씨를 알게 됐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투자를 가장해 일방적으로 투자금의 30% 상당 수익률을 강제로 요구했다. 제때 수익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무차별로 폭행·협박하기도 했다.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을 견디지 못한 B씨는 자신의 어머니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주변 지인들로부터 차용한 금원을 수익금으로 A씨에게 지급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A씨가 B씨로부터 100억 원 상당을 상습적으로 갈취한 것으로 파악했다.
A씨는 수사기관의 자금 추적에 대비해 합법을 가장한 경영컨설팅 법인을 설립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법인계좌로 투자금을 받아 피해자들의 개인 계좌로 이체한 후 다시 현금을 인출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익금을 갈취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지시로 현금을 인출하던 피해자들이 보이스피싱범으로 오인돼 현행범 체포되기도 했다.
A씨는 이 회사에서 자신을 '대표이사'로 놓고, 그 아래 '이사', '수행비서', '홍보 직원' 등을 고용했다. 경찰은 이들이 A씨가 갈취한 금원을 월급으로 받으면서 피해자들이 외부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등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고 봤다. 이 회사는 경영컨설팅 등 실질적인 운영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일당은 피해자들이 지정된 계좌 이외 개인 계좌를 사용하면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특정 호텔에서 피해자들을 24시간 감시했다. 피해자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20억 원 상당의 허위 차용증을 작성하고, 피해자들의 가족과 지인까지 협박하기도 했다.
특히 A씨는 2021년 8월쯤 수익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다며 자신이 묵고 있던 호텔에서 B씨의 얼굴에 헤드기어를 씌우고, 입에 수건을 물린 채 주먹과 발로 수십 차례 폭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21년 12월쯤 폭행을 견디다 못해 도망간 B씨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조직폭력배를 동원하기도 했다. 도망간 B씨를 찾기위해 B씨의 직장 동료 C씨의 지인 D씨와 E씨를 서울 강남구 사무실로 끌고와 13시간 동안 감금하고 흉기로 위해를 가하기도 했다. 또 주먹과 야구방망이로 이들을 폭행하기도 했다.
이후 A씨 일당은 추후 문제가 될 것에 대비해 피해자 D씨와 E씨에게 합의서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경찰은 A씨가 법인 경비로 합의금을 주려고 했다고 봤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피해를 호소하며 A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B씨는 취재진과 만나 "A씨는 경찰과 법조계에 인맥이 있다는 식으로 위력을 과시했다"며 "(피해자들에게) '너희가 해볼 수 있으면 해봐라. 대신 내가 다시 나와서 감당할 수 있겠냐'는 식으로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2022년 2월 조폭을 동원해서 피해자들 보복해 경찰에 현장에서 긴급체포됐는데도 구속조차 안됐다"며 "지금도 범죄수익금으로 좋은 로펌을 고용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2022년 2월 5일 A씨는 B씨의 행적을 찾는 과정에서 D씨와 E씨를 가두고 폭행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서울 강남경찰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당시 범행을 찍은 영상이 없어 법원에서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