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도권에 주택 2700채를 보유한 이른바 '건축왕'과 공인중개사 등 일당에 대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 전세사기 사건을 저지른 일당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당 61명 중 18명 해당…최대 징역 15년형 가능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사기 등 혐의로 건축업자 A(61)씨 일당 51명을 검찰에 추가 송치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기소된 피의자 10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전세사기 사건과 관련한 피의자는 61명으로 늘었다.
A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533채의 전세 보증금 430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430억원은 올해 3월 A씨 등 10명의 1차 기소 당시 범죄 혐의액수인 125억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경찰은 이번에 송치할 피의자 51명 중 A씨를 포함한 18명에게는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이들은 바지 임대인·중개보조원·자금관리책 등이며 전세사기 사건을 저지른 일당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도적으로 범행에 가담하고 A씨와 초기부터 함께 범행한 피의자들을 선별해 범죄단체조직죄를 추가로 적용했다"며 "먼저 기소된 10명 중에서는 9명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법원에서 이 혐의가 인정되면 A씨를 포함한 18명은 모두 최대 징역 15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 범죄단체조직죄가 유죄로 인정되면 범행을 주도한 A씨뿐만 아니라 이 혐의가 함께 적용된 나머지 공범들도 같은 형량으로 처벌받기 때문이다.
피해자들 700억원대 피해 주장…혐의 금액 늘어날수도
A씨는 2009년부터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의 명의를 빌려 토지를 사들였다. 이후 자신이 운영하는 종합건설업체를 통해 소규모 아파트나 빌라 건물을 새로 지은 뒤 전세보증금과 주택담보 대출금을 모아 또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식으로 부동산을 늘려갔다.
최근 인천에서는 A씨 일당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6살·31살·38살 세입자 3명이 잇따라 숨졌다. A씨는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 아파트 등 모두 2700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렸다.
경찰이 계속 수사 중인 고소 사건이 남아 있어 A씨 일당의 최종 혐의 액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들과 관련한 고소 사건은 모두 944건이며 세입자들이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보증금은 총 700억원대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최종 송치할 때 A씨 일당의 범죄수익을 묶어두기 위해 기소 전 추징보전도 신청할 방침이다.
검찰도 '건축왕' 횡령 혐의 포착 수사 중
한편 검찰은 '건축왕' A씨의 횡령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인천지검 형사5부(박성민 부장검사)는 A씨의 인천 사물실과 강원도 동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경찰 조사 결과를 토대로 A씨가 세입자들로부터 받은 전세 보증금과 자신이 운영한 종합건설회사의 자금을 추적하던 중 횡령 혐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아파트 건설업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한 뒤 2018년 동해안권경제자유개발청 망상1지구 사업시행자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