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데이 파더스 클럽
육아휴직 제도는 일찌감치 가능했지만 사회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했다. 21세기에도 육아는 모성을 이유로 여성의 희생이 따랐고 경력 단절이라는 말이 횡행했다. 그나마 일부 교직원이나 공무원 같은 '잘릴 일이 없는' 직군이거나 월급이 통째로 날아가기에 맞벌이 중 형편이 나은 일부 대기업 종사자들에게나 허락된 사치에 가까웠다.
육아일기 블로그는 경력을 포기한 엄마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언제부턴가 젊은 아빠들의 육아일기와 유튜브 육아채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육아휴직에 대한 보장이 강화되면서 용기를 낸 밀레니얼 세대 아빠들의 반란이다.
정보기술(IT)에 능통하고 고학력이 특징이며 개인 생활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 아빠들은 어떻게 육아전쟁에 뛰어들었을까.
일요일 밤 9시 휴대폰 알람이 울린다. 성별도 나이도 각기 다른 아이들을 키우는 아빠 다섯 명이 모여 매주 일요일 밤 9시에 이메일로 발행하는 육아일기 뉴스레터 '썬데이 파더스 클럽'이 도착했다. 마케터, 금융서비스 기업 콘텐츠 제작자, 투자자, 기획자 등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는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선택하고 육아일기를 쓰면서 아이 돌봄의 경험을 나누고자 시작했지만 이들 초보 부모들의 희로애락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숨에 화제가 됐다.
썬데이 파더스 클럽의 뉴스레터를 엮어 낸 이 책은 아이의 몸과 마음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시기에 아빠로서 가까이 지내며 시간을 함께 쓰는 일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이야기 한다. 육아휴직을 쓰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을 아이들의 나날이 성장하는 경이로운 순간들을 공유한다.
책은 아빠들의 육아일기와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노하우뿐만 아니라 일과 가정의 양립 사이에서 고민하는 속 깊은 이야기도 담겨 있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커가는 성장 과정, 배우자의 산후후유증(우울증), 보육제도, 교육 문제는 물론 엄마와 아빠의 육아 시각이 다름을 인정하고 아빠라는 성장통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책 말미에는 육아하는 아빠들의 새로운 도전을 배우자이자 엄마로서 바라본 시선도 담겼다.
대표 저자는 육아하는 아빠들이 뉴스에 보도되고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고 책으로 출간되는 현상에 대해 "지금의 한국사회가 기록적인 저출생 시대이고, 양육자 중에서도 아빠가 얼마나 소수인지, 무엇보다 인류가 탄생하고 진화하는 동안, 늘 공기처럼 있었지만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절대 다수인 엄마와 여성이란 존재가 얼마나 소외되어 있었는지, 그나마 긍정적인 사실은 어떤 방식으로든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세대가 늘고 결혼 하더라도 아이를 가져야 할지 말지를 두고 고민하는 가족들에게 이 아빠들의 육아 에피소드는 시대적 현상이 아니라 가정을 만들고 생명을 틔우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가 있는 과정인지 오감으로 들려준다.
강혁진 외 지음ㅣ미디어창비ㅣ284쪽ㅣ1만 67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