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등 1970년대 시대상을 담은 작품으로 대표되는 문인 김지하(본명 김영일) 시인 별세 1주기를 맞아 고인을 기리는 추모 서화전이 열린다.
미술사학자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기획한 이번 전시회는 고인이 평소 틈틈이 그려온 그림과 글씨를 선보이는 기획전시로 9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백악미술관에서 열린다.
김 시인은 평소 자신의 시집에 직접 그린 삽화를 실었을 정도로 일찍부터 그림에 남다른 취미와 솜씨를 보였다. 오랜 감옥생활에서 풀려난 198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서화에 전념해 많은 그림과 글씨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시회는 김지하 시인 1주기 추모문화제 추진위원회가 이달 4일부터 9일까지 고인의 문학적 성과와 생명 사상을 되짚는 학술심포지엄, 서화 전시회, 시를 바탕으로 한 노래 공연 등 다양한 추모 문화제 행사의 일환이다.
작년 5월 8일 별세한 김 시인은 1970년대 저항 시인이자 민족 문학 진영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1970년 월간지 '사상계' 5월호에 재벌, 국회의원, 고위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을사오적'에 빗대 풍자한 시 '오적'을 실었다가 구속됐고,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배후 조종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기도 했다.
1975년 발표된 시 '타는 목마름으로'는 당시 폭력적이고 반민주주의적인 사회라는 암담한 현실에 절규하며 민주주의를 갈망하던 대학생과 지식인 등의 민중들에게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노래로 지어져 김광석·안치환 등이 불러 대중적인 가요로 확산됐다.
한편, 1990년대 들어 조선일보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는 칼럼을 기고해 변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추모문화제 추진위는 "군사정권 당시 그의 사상과 작품이 가졌던 의미가 크다"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