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건설노조 고(故)양회동 지대장의 빈소가 마련된 지 사흘째인 6일, 비가 쏙아지는 와중에도 조합원들은 여전히 빈소를 지켰다. 노동절인 지난 1일 분신해 이튿날 사망했다.
이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열사정신 계승'이라는 검은 머리띠를 맨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노조 조끼를 입은 조합원들은 장대비를 뚫고 빈소를 찾았다.
장례식장 앞에는 '양회동 열사 뜻에 따라 건설노조 사수하자!'는 검은 현수막이 비에 젖은 채 걸려있었다.
빈소 앞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권과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화환이 늘어섰다. 정부와 여권 관계자의 추모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4일 빈소에 방문한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는 방명록에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 피해자이신 고인의 뜻을 깊이 새기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라고 남겼다.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김현웅 사무국장은 "(양 지대장이) 그런 선택(분신)을 할 줄은 전혀 몰랐다"며 "당일 아침에도 웃으면서 인사했다. 다만 사후에 통화들을 되짚어보니 '그런 의미였구나'하고 짐작할 뿐"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양 지대장은 약 15년 동안 건설현장에서 철근공으로 일하면서 건설현장의 부조리함을 느껴 노조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양 지대장은 생전 조합원들의 생계 문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조합원들은 철근공 팀장으로 일하면서 동료들의 임금을 받아주기 위해 자신의 임금은 받지 않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 조합원은 "(양 지대장이) 가장 첫 번째로 생각했던 것이 조합원들의 생계였다"며 "혹시 부담이 될까 함께 일하고 자신의 몫은 받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그런 사람에게 '공갈', '업무방해'라고 하니 자존감이 많이 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지대장은 특히 '공갈'이라는 혐의에 자괴감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 지대장은 노동절인 지난 1일 공갈,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실질 심사)를 앞두고 분신했다.
김 사무국장은 "양 지대장은 '공갈범'이라는 이름으로 자식에게 보여질 때 부끄러울 것을 염려했던 것 같다"며 "조사를 받는 내용도 부인께만 최근에서야 알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포기하지 말고 (투쟁을) 해나가라는 것이 열사의 뜻"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탄압에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아직까지 발인 등 장례 절차는 계획된 것이 없다"며 "일단은 빈소 앞에서 매일 오후 7시에 촛불문화제를 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