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윤리위원회 중징계 기로에 섰다. 잇단 설화 논란에 이어 '녹취록 파문', 후원금 쪼개기 의혹, 청년보좌관 특혜 의혹이 연이어 터지면서다. CBS노컷뉴스가 단독 보도한 '후원금 쪼개기' 의혹에는 불법 소지가, '청년보좌관 특혜' 의혹에는 여당이 강조하는 '공정채용'과의 역행이 지적된다.
윤리위가 애초에 태 최고위원의 징계사유로 명시한 것은 △제주 4‧3사건은 북한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는 발언과 △더불어민주당을 JMS로 빗댄 메시지다. 북한 출신 태 최고위원 개인의 '역사관'을 징계할 수 있느냐에 대한 찬반이 갈리고, 보좌진의 실수라는 해명이 나오며 경징계가 예측됐다. 논란에도 태 최고위원이 "역사적 소신에 변함이 없다"며 당당한 태도를 취했던 이유다.
기류가 급변한 건 지난 1일 언론을 통해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이 '대통령 정책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면 공천 문제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태 최고위원 육성 녹취가 공개되면서다. 태 최고위원은 "보좌진을 안심시키기 위한 과장이 섞인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사태가 태통령실의 공천, 당무개입 논란으로 확산하자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또 태 최고위원이 지난해 지방선거를 전후해 지역구 기초의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쪼개기' 수법이 동원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확산했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지난 3년간 태 최고위원의 정치후원금 내역에 따르면, 서울시와 강남구 의원 5명은 본인과 가족, 지인들 명의로 수십에서 수백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보냈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태 최고위원의 지역구에서 출마해 당선됐다는 점이다. 당협위원장인 태 최고위원이 공천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대가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특히 이 중 한 인사는 연간 후원 한도인 500만원을 초과해 본인과 가족 명의로 후원금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자금법상 후원인 개인이 한 국회의원에게 연간 후원할 수 있는 액수는 총 500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 만약 이를 위반해 5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을 보낼 경우 보내거나 받는 사람 모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타인의 명의나 가명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경우에도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어 태 최고위원이 의원실에 고등학생을 '청년보좌관'으로 채용한 후 그 가족으로부터 고액의 정치후원금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태 최고위원의 정치후원금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태영호 의원실에서 일한 고등학생 A양의 조부는 '청년보좌관' 활동이 끝난 지난해 말 태 최고위원에게 300만원의 후원금을 보냈다.
아울러 태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강남구 역삼동에서 활동하는 사업가의 자녀를 '청년보좌관'으로 채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모델 관련 일을 하는 해당 사업가는 태 최고위원이 참여하는 지역구 행사에 모델을 파견하고, 태 최고위원 역시 사업가의 행사에 축전을 보냈다. 태 최고위원은 채용 직전 재정 여건 상 청년보좌관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도 "OOO회장 딸은 꼭 넣어주자"고 직원들에게 언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태 최고위원이 본인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인사의 손·자녀들을 사적 채용한 셈일 뿐 아니라 의원실 근무 이력이 대학 입시나 취업 등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달 초 국민의힘은 노동개혁특별위원회를 신설해 '공정채용법' 입법을 추진하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채용갑질, 고용 세습 등 불공정을 근절하고 노동시장의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 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쪼개기 후원' 의혹에 대해 "단 하나의 오점 없이 당당하다"고 말했다. 또 의원실 관계자는 '청년보좌관' 의혹에 대해 "순수 봉사활동일 뿐 특혜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오는 8일 회의를 열고 태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