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른바 '마약음료'를 제조해 서울 강남 학원가 일대에서 미성년자 등에게 마시게 한 혐의 등을 받는 일당 3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최고 사형이 선고될 수 있는 '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투약' 혐의를 적용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신준호 강력범죄수사부장)은 4일 마약음료 제조·공급책 길모(26)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투약), 특수상해, 범죄단체가입·활동,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애초 '미성년자 마약제공' 혐의로 송치된 A씨에게 법정형이 가장 중한 '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투약' 혐의를 적용했다. 이 혐의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 징역이다.
또 공범인 보이스피싱 조직원 전화중계기 관리책 김모(39)씨와 마약공급책 박모(36)씨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중국 국적인 박씨는 필로폰 2㎏(2억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로 지난달 28일 수원지검에서 구속기소된 상태로 수사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추가 기소했다.
수사팀은 또 지난 2일 추가 공범인 조직원 모집책 이모씨를 체포해 전날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이씨는 5일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검찰에 따르면 길씨는 지난달 3일 '집중력 강화 음료' 무료 시음 행사로 꾸며 미성년자 A군 등 13명에게 마약음료를 마시도록 해 영리 목적으로 필로폰을 미성년자에게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길씨는 또 A군 등에게 환각 등 상해를 가하고 A군 부모 등에게 자녀를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가로채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중국에 체류 중인 친구 또다른 이모씨의 제의로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입한 길씨는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총책 등과 마약음료를 제조, 미성년자에게 투약하게 한 뒤 이를 빌미로 부모로부터 금품을 갈취하기로 공모한 것으로 파악됐다.
길씨는 지난달 1일 이씨의 지시를 받고 중국에 있는 공범이 보낸 음료 용기 포장 박스와 마약공급책 박씨에게서 받은 필로폰을 이용해 마약음료를 제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길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관리 중인 144개 유심칩을 활용, 전화번호로 변작해 중국 체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A군의 부모 등 6명을 공갈하는 데 도움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차명 계좌로 1542만원의 범죄수익을 입금받아 자금 세탁한 혐의도 포함됐다.
마약공급책 박씨는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10g을 길씨에 전달한 한 혐의가 적용됐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이번 사건 수사를 위해 강력수사부장, 조직범죄 전담검사 1명, 마약범죄 전담검사 3명, 수사관 15명 등 총 20명으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수사팀은 사건 송치 이후 추가 압수수색 및 통신수사·포렌식 등 보완수사를 했으며 국내외 추가 공범 확인 및 추적 등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수사팀은 이번 사건이 중국 체류 중인 공범과 길씨 등이 '불특정의 무고한 청소년들에 대한 마약투약'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조직적인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지른 사실로 보고 있다. 중국에 체류 중인 이씨 등 3명은 현재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수사팀은 중국 체류 공범들 검거·송환을 위해 대검 마약조직범죄과, 국제협력단, 중국 법무협력관 등과 함께 중국 공안부에 공범들의 중국 소재지 추적 자료 일체를 제공, 신속히 검거해 송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