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에도 불구하고 확장억제의 실효성이 의문시되자 연일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있지만 의구심은 여전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TV로 생중계 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한미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꼽는 워싱턴 선언과 관련해 "한미 안보동맹은 핵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미 핵 자산의 운용에 관한 정보 공유, 공동 계획, 공동 실행 과정에서 워싱턴 선언을 잘 구체화해나가는 것이, 그 내용을 잘 채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효성 논란 진화에 나섰다.
국민의힘도 이날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주최 세미나에서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강조하는 한편 야당의 공세를 견제하며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췄다.
김기현 대표는 인사말에서 "문재인 정부 때 북한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지금도 그때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북한과 (입장을) 같이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났을 경우 핵 사용을 누가 담당할지가 큰 문제였지만 이제는 미국과 함께 (핵을) 운영하면서 작전을 펴나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날 오후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주최한 '한미정상회담 성과 및 과제' 공개 회의에서도 같은 주장을 폈다.
그는 "물론 엄격히 말하면 나토식 핵공유는 아니"라면서도 "그럼에도 나토 핵기획그룹(NPG)과 한미 핵협의그룹(NCG)만을 비교한다면 협의의 깊이는 우리가 훨씬 깊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하태경 의원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여태까지 일본이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이었던 게 역전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국민의힘 주요 당직자와 중진들은 이날 전방위 대국민 홍보에 나섰다.
이런 총력 대응은 대통령실의 '사실상 핵공유' 해석을 미국이 이례적으로 즉각 부정하며 회담 성과가 처음부터 크게 빛이 바랜데다 태영호 의원의 '한일관계 옹호 발언' 돌출 악재까지 터져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NCG(Nuclear Consultative Group)를 핵심으로 하는 한국형 확장억제는 애초부터 실체 이상으로 과장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첨단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결합한 공동작전을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기 위한 방안을 정기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워싱턴 선언은 "한미동맹은 유사시 미국 핵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과 기획이 가능하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기술함으로써 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을 드러냈다.
'공동 기획과 실행'은 둘 다 동일하게 쓰였지만 윤 대통령은 한미 공동작전을 뭉뚱그려서 공동 기획‧실행하는 식으로 표현했다.
반면 워싱턴 선언은 공동 기획‧실행의 대상을 미국 핵작전을 지원하는 한국 재래식 작전(work to enable joint execution and planning for ROK conventional support to U.S. nuclear operations)으로 한정됐다.
김종대(전 국회의원)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2일 YTN에 출연해 "(미국) 전략폭격기가 오는데 우리 전투기가 호위를 해준다든가 또는 핵잠수함이 올 때 우리 구축함이 인근에서 해상을 통제해준다. 이런 식의 지원에 해당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 "그러나 이게 우리 재래식 무기와 미국 핵탄두에 어떤 같이 융합이 돼서 하는 작전이냐 (하면) 이건 아닌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설명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