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안을 둘러싼 의료계 갈등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대한간호협회(간협)가 정부의 인력대책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혔다. 다만, 27일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유력한 상황에서 이번 대책이 법안 좌초의 근거로 쓰여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 상급종합병원 기준 간호사 1명당 16.3명에 이르는 환자 수를 5명으로 줄이고, 신규 간호사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간협은 26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번 대책이 오랜 기간 협회뿐 아니라 병원계, 보건의료노동단체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여 민주적 숙의과정을 통해 마련될 수 있었다. 2021년 정부에서 간호정책전담부서를 신설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의 노고에도 감사를 표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입학정원 및 간호학사 편입학 특별과정 도입, 간호교육역량 강화부터 임상교수제 도입과 국가시험 제도 개편, 노동강도 개선을 위한 간호사 배치 기준의 지향점 설정, 숙련간호사 확보를 위한 경력개발 지원 등"을 언급했다. 간협은 해당 내용을 두고 "지난 2018년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 대책에서는 담아내지 못했던 간호정책의 핵심적이고 주요한 과제들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책의 이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간협은 "간호인력종합대책은 보건의료정책의 일부이기 때문에 의사 및 의료기관 등 다른 보건의료자원 정책의 변화 없이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의사의 절대적 부족으로 인해 간호사에게 의사업무까지 전가하는 문제(PA 간호사 등), 소규모 병상은 넘쳐나는데, 필수의료를 담보할 규모 있는 의료기관이 부족한 기형적 구조 등의 개선 없이 '국민과 간호사 모두가 행복한 환경 조성'이라는 간호입력종합대책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차 의료기관·중소병원 등이 방문형 의료서비스와 돌봄서비스를 같이 제공케 하겠다는 방문간호형 통합센터(시범사업)와 관련해서는 "역사적 평가나 인프라 확보 측면에서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집중돌봄병상에 대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세부인력 기준 등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정책 집행을 위한 구체적인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당초 '간호사의 날'(5월 12일) 즈음 예정돼 있었던 간호인력대책 발표가 앞당겨진 것을 두고 정부의 '간호계 달래기'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 중재안에 대한 타협은 없을 거라는 게 간협의 확고한 입장이다.
간협은 "여당과 복지부는 이번 간호인력종합대책을 간호법 제정을 가로막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 그 의미를 퇴색시키지 말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영경 간협회장이 간호법 중재안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다가 돌연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의 전날 발언에는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간협은 "명백히 왜곡된 자의적인 주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반발했다.
또한 "면담에 참석한 간협 정책자문위원을 두고 '시민단체' 운운하며 간협이 변심하게 된 배후인 양 왜곡된 주장을 하는 것은 악의적인 정치 프레임"이라며 "마지막까지 입법부를 존중하고자 했던 간협 회장을 허수아비 취급하는 모욕적인 처사에 불쾌함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에 대해서는 "국회의 적법한 합의 절차를 무시했을 뿐 아니라 의사집단 등이 유포한 가짜뉴스를 토대로 마련된 것으로, 일체 재고의 가치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