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중하는 모양새다. 한미정상회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다. 반도체 사업 부문만 보면 각각 4조 원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다운사이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더 큰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다.
미국은 반도체 투자 유치에 나선 동시에 중국으로 첨단장비 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의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규제에 나섰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해 반도체가 부족해질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이 그 부족분을 채우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미국 정부가 한국에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이같이 요청했다고 FT는 전했다.
이에 대해 미국 백악관은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공고한 협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5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 현지 한국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윤석열 행정부는 함께 협력을 굉장히 심화해 왔다"면서 "국가안보에 국한하지 않고 경제안보, 더 나아가서는 우리가 가진 첨단기술 보호에 있어서도 협력을 굉장히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와 관련된 투자를 조율하는 것도 포함되고, 어떤 경제적인 압박에 대해 중요 기술을 지켜내는 노력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표면적으로는 FT 보도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미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 우리나라도 동참하길 바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생산과 시장의 측면에서 중국 의존도가 상당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고,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40%를 중국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 반도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셈이다. 우리 정부의 외교력과 협상력이 중요한 시점인 이유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반도체 산업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