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 이틀차인 25일(현지 시간)에도 본격적인 '경제 외교' 일정을 이어나갔다. 방미 첫 일정으로 넷플릭스로부터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 산업에 25억 달러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한데 이어, 이튿날에는 수소·반도체·친환경 분야 미국 주요 기업인들이 참석한 투자신고식에서 19억 달러(2조5천억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수소 분야 에어 프로덕츠와 플러그 파워, 반도체 분야 온세미컨덕터와 그린트위드, 탄소중립 분야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와 EMP벨스타 등은 앞으로 첨단산업과 관련된 생산시설을 우리나라에 건설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전날 넷플릭스 투자(3조3천억원)에 이어 이틀 만에 총 44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세일즈 외교"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6개사 CEO들에게 "한국에 마음껏 투자하고 큰 성공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도 세계 최고의 투자 환경을 만들겠다"면서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히 개선하고, 첨단 산업과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는 분들에게는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도 참석해, 반도체·전기차·배터리·인공지능(AI)·바이오 등 미래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미 주요 기업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반도체기업인 퀄컴·램리서치·온 세미콘덕터, IT기업인 IBM·마이크로소프트·구글, 방산기업인 보잉과 록히드마틴을 비롯해 GM, 테슬라, 모더나, 바이오젠 등 미국 주요기업 CEO 22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는 우리의 국립현충원에 해당하는 워싱턴DC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남북전쟁, 제1·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 등 참전용사 약 21만5천여명이 잠들어 있는 미국 최대 국립묘지인 알링턴 국립묘지에 헌화하고 참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한미 양측의 참전용사와 유족, 주한미군 복무 장병, 양국의 경제동맹 주요 인사 등 한미동맹의 과거·현재·미래를 상징하는 300여 명의 인사들과 감사 오찬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오찬 시작에 앞서 6.25 전쟁에 참전했던 랄프 퍼켓 미 예비역 육군 대령과 앨머 로이스 윌리엄스 미 예비역 해군 대령에게 훈장을 친수하고, 고(故) 발도메르 로페즈 중위에게는 훈장을 추서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눈부신 번영은 미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서 있다"면서 "(이들은) 오직 자유를 지킨다는 사명 하나로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나라,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국민을 위해 고귀한 희생을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시간에도 한국에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2만 8천 명의 주한미군 전우들이 우리 국군과 함께하고 있다"고 한미동맹의 의미를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또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센터 중 한 곳인 고다드 우주센터를 방문해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우주동맹을 강화할 것을 합의했다. 이번 방문을 통해 나사와 향후 우리나라에 설립할 우주항공청 간 협력 체계 구축 등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가치동맹인 한미동맹의 영역이 지구를 넘어 우주로 확대되고 앞으로 새로운 한미동맹 70년의 중심에 우주동맹이 있기를 기대한다"며 "더 나아가 양국 간 우주동맹이 우주안보 분야로도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국빈 방문에 동행하는 경제 사절단은 민간 주도로 122명 규모로 구성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의 경제 사절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주요 그룹 대표들과 6대 경제단체 회장도 동행했다.
이후 이날 저녁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함께 친교의 시간을 가진다. 워싱턴DC에 있는 한국전쟁 기념비도 방문한다.
한미 정상은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첫 회담 이후 마드리드, 런던, 뉴욕, 프놈펜에서 만났으며 이번이 6번째 만남이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지난해 1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이후 2번째로 맞이한 국빈이기도 하다.
한미정상회담 의제 촉각…'확장억제' 강화 별도 공동성명 관심
방미 사흘째인 26일 오전 백악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맞이하는 공식 환영식이 열린다.
이후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대북 확장억제 강화와 경제, 안보 등 다방면에 걸친 협력 방안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담은 별도 공동성명이 발표되는 것이 공식화되면서 성명에 담길 확장억제 강화 방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확장억제 관련 별도의 공동성명에 대해 "그 성명은 한국과 한국민에게 약속한 확장억제와 관련해 미국을 신뢰할 수 있다는 매우 명확하고 입증할 수 있는 신호를 보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 역시 워싱턴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국민들이 갖고 있는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로 인한 불안과 우려를 종식시킬 수 있는 두 정상 간 보다 실효적이고 강화된 확장억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언급했다.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을 한 후 확장억제와 관련한 별도의 문서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해 북한의 핵 도발 대응에 공조를 강화하는 의미가 큰 것으로 해석된다.
존 커비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한반도에 갖고 있는 한미동맹의 굳건한 약속을 실현하고 완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이날 워싱턴 프레스센터를 찾아 이같이 밝히며 "확장억제와 관련해 오늘과 내일 사이 양국 정상 간 다양한 토론이 이뤄질 것이며, 이번 국빈 방문을 마무리하며 이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계속해서 (무기) 실험을 강화하고, 북한의 군사력이 한반도뿐 아니라 역내에 많은 위협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렇기에 미국이 한미동맹을 긴밀하게 유지하고, 동맹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커비 조정관은 "한미동맹은 계속해서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할 것을 원한다"면서 "이는 평화롭고 외교적 방법을 통해 오래된 차이를 해결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