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비용 수천만 원을 빼돌린 장애인 활동지원기관 책임자와 활동지원사 등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바우처 카드'로 단말기에 활동보조사 근무 시간을 입력하는 시스템을 악용해 비용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3단독 김주영 판사는 업무상 횡령, 사기, 장애인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부산 모 장애인협회 활동지원기관 이사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사기, 장애인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장애인 활동지원사 B씨 등 2명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2019년 8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장애인에게 활동 보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도 한 것처럼 꾸며 한국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773차례에 걸쳐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비용 5700만원 상당을 받아 나눠 가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함께 A씨는 2017년 3월부터 2021년 5월까지 215차례에 걸쳐 자신이 관리책임자로 재직한 부산의 한 장애인 활동지원기관 자금 1억 4108만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장애인 활동지원사에게 지급하는 휴대용 단말기에 근무 시간을 허위로 등록하는 방식으로 활동지원급여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장애인 가정 등을 방문해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활동지원사와 서비스를 제공받는 장애인은 각각 '바우처 카드'를 가지고 있는데, 급여 비용을 지급받으려면 활동지원사의 휴대용 단말기에 두 카드를 모두 인식시킨 뒤 근무 시간을 입력해야 한다.
이렇게 입력된 서비스 제공 시간은 활동지원사가 소속된 장애인 활동지원기관과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전산시스템으로 전송된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이를 근거로 활동지원급여 비용을 산정해 활동지원기관에 비용을 송금하는데, 활동지원기관은 이 비용의 25%는 기관 운영 자금으로, 나머지 75%는 활동지원사에게 인건비로 지급한다.
C씨는 2019년 8월 자신의 바우처 카드를 B씨에게 건네줬고, B씨는 이 카드를 이용해 단말기에 자신이 C씨에게 활동 보조 서비스를 제공한 것처럼 시간을 허위로 입력했다. 이후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서 활동지원급여 비용을 기관 계좌로 입금하자 A씨는 돈을 배분했다.
이런 수법으로 이들이 1년 4개월 동안 부정수급한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비용은 5708만 4880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A씨는 활동지원기관 몫으로 입금된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비용도 마치 자기 돈처럼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2017년 3월 10일 부산 수영구 한 주점에서 기관 활동과 무관하게 술을 마신 뒤, 기관 통장 체크카드로 술값 25만원을 결제했다. 이를 시작으로 2021년 5월 3일까지 215차례에 걸쳐 체크카드를 긁거나 현금을 인출해 쓰는 수법으로 기관 운영비 1억 4108만 8810원을 횡령했다.
김 판사는 "장애인 자립 생활을 지원하고 가족의 부담을 줄일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 입법 취지에 비춰볼 때, 이들의 범행 수법은 매우 치밀하고 계획적이어서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이들의 범행은 국가재정의 낭비를 초래해 다른 국민들에게까지 손해를 입혔고, 부정수급한 급여도 변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더욱이 A씨의 횡령 액수는 매우 거액인 데다 기관의 재정 부실을 가져와 장애인에 대한 불충실한 복지서비스 제공을 초래했고, 횡령 금액도 회복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피고인 모두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