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주말 사이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돈봉투 의혹'에 대해 총공세를 폈다. 김기현 대표 취임 후 약 50일이 지났지만 지도부 설화와 전광훈 리스크 등으로 인해 급락한 지지율이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야당의 악재는 곧 여당의 호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전세사기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자 당정이 재빠르게 대책을 내놓으면서 집권 여당으로서 '민생 챙기기'에도 힘을 쏟는 모양새다.
23일 국민의힘은 '돈봉투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는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프랑스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두고 "핑계와 꼼수만이 가득한 국민 분노 유발극", "이재명과 데칼코마니", "꼬리자르기 탈당" 등이라고 지적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송 전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운운했지만 결국 국민이 아닌 민주당에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할 일 다 했다는 듯한 꼬리자르기 탈당 뿐이었다"며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면서도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괴롭힘'으로 표현하는 모습에서는 겉으로는 사과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민주당 특유의 이중성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돈봉투 사건에 대해 여전히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후보가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웠다' 등 변명으로 일관하는 답변은 이 대표의 과거 모습과 데칼코마니"라며 "측근들의 죽음에도 침묵과 모르쇠로 일관했던 이 대표가 코칭을 해준 것은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들 지경이다. 이래서 '이심송심'인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또 "반성문을 써오랬더니 자소서를 써왔다"(권성동 의원), "송 전 대표는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인가"(전주혜 원내대변인), "'쩐당대회 돈봉투' 몸통 송 전 대표 응원하는 민주당, 제정신인가"(이민찬 상근부대변인), "전·현직 당대표 비리로 얼룩진 민주당 정치 카르텔, 부끄러움은 온전히 국민 몫"(문종형 상근부대변인) 등 송 전 대표와 민주당을 비판하는 논평이 일제히 쏟아졌다.
당내에서는 민주당의 돈봉투 의혹을 지지율 반등을 꾀할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흠잡을 데 없는 호재"라고 평하기도 했다. 지도부의 설화와 전광훈 리스크 등 국민의힘이 지닌 악재에 비해 '돈봉투 의혹'은 정치인의 비리 사건이란 점에서 국민 눈높이에 더 심각한 사안이란 판단이다.
아울러 당정은 최근 시급한 민생 현안으로 떠오른 전세사기 문제엔 머리를 맞대 대책을 내놓는 등 기민한 대처를 보이고 있다. '당정대'는 일요일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일정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2시 총리공관에 모여 전세사기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사태의 엄중함에 대해 당정대가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한 여당 고위 관계자는 "조만간 지지율 하락세가 끝나고 정체기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정체기를 어느 정도 가진 뒤 대통령의 방미 일정 이후 반등할 것"이라며 "그때까지 약 1~2주 동안은 모두가 최대한 '조심'하며 정책 쪽으로 이슈를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돈봉투 악재 와중에 대통령의 방미 성과가 더해지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율이 함께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다음 주부터 당 윤리위가 구성되면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안 논의가 가능해지므로 '설화 리스크'로 인해 빠졌던 지지율이 다시 회복할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징계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최소 당원권 정지 1년 이상의 징계가 내려져야 내년 총선에 출마할 수 없는 등 실질적인 징계 효력이 있는데, 사안의 심각성 등을 고려해봤을 때 그정도까지 나오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존재한다. 이때 낮은 징계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여기에 황정근 윤리위원장이 최근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윤리위 회의 등이 미뤄져 징계 처리가 늦어진 것 또한 일부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김 최고위원이 5월 초 자숙을 끝내고 복귀하면 징계 여부가 이슈가 될텐데, 또다시 여당이 그런 일로 뉴스를 장식해선 안 된다고 본다. 기껏 했다가 처벌 수위가 낮으면 '봐줬다'고 비판 받을 것"이라며 "최근 자진사퇴론이 나온 이유도 이런 것들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