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판 빌라왕' 피해금액만 80억 원대…대부분 보증보험 미가입

오피스텔 100여 채 세입자 대상 사기 행각 벌인 A씨 검찰에 구속 송치
피해액 최소 80억 원대…대부분 전세금보증보험 없어 세입자 피해 커
경찰, 범죄수익 환수 위해 수사 진행 중…피해자 지원도 적극 노력 중

인천 미추홀구 아파트 입구에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인천=황진환 기자

수도권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는 가운데, 부산에서도 대규모 오피스텔 전세 사기가 발생해 해당 건물 세입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세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실제 금전적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우려된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4일 부산진구와 동래구 일대에서 전세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임대인 A((30대·남)씨의 피해자는 무려 110여 명에 달한다. 지금까지 피해 금액은 80억 원대로 파악됐는데, 앞으로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들이 전세금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보증금을 날릴 처지에 놓였다는 점이다. 경찰은 현재 피해자들의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 중인데, 지금까지는 대부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전세계약 종료 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반환해야 하는 보증금을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책임지는 상품이다. 보증보험에 가입되어 있을 경우 집주인이 전세금을 주지 않더라도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이를 보장하기 때문에 세입자들의 실질적인 피해는 줄일 수 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사건에 대해 조사 중이지만 현재로선 피해자 대부분이 보증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시 건물에 대한 근저당권 등의 이유로 보증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보증 보험 가입이 불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송호재 기자

실제로 2년 전 A씨가 소유한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에 1억 2천만원으로 전세 계약을 한 B(20대·남)씨는 당시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B씨와 같은 건물에 입주한 세입자들도 대부분 처음부터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부동산에서 건물 자체가 다가구이고 이런 저런 이유로 보증 대상이 되지 않아 보증보험 가입은 안 된다고 했다"며 "웬만하면 보험 가입이 안 되는 곳은 피하려 했지만, 안전한 매물이라 괜찮다는 부동산 중개인의 말을 믿고 계약했다"고 말했다.
 
안전하단 말이 무색하게도 지난 2월 A씨가 잠적하면서 B씨는 당장 전세금을 모두 날릴 위기에 처한 전세사기 피해자가 됐다.
 
B씨는 "아직 취업도 못 한 입장인데 이런 일을 당해 겁이 난다"며 "부모님께 '걱정하지 말라. 알아서 하겠다'며 대출 받아 들어간 전세인데, 한순간에 빚쟁이가 될 상황"이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잠적했던 A씨를 체포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잡은 경찰은 세입자들의 대규모 금전적 피해가 예상되자 수사와 함께 피해 보상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특히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해 다양한 법리 검토를 하는 동시에 사건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에게 HUG 전세피해지원센터나 최우선 변제 보증금 범위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있다"며 "수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가 조금이라도 회복될 수 있도록 경찰에서도 최대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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