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23년 수원은 K리그를 대표하는 구단이 아니다.
수원은 1996년부터 2018년까지 23년 동안 4명의 사령탑이 지휘봉을 잡았다. 김호 감독이 8년, 차범근 감독이 6년 반, 윤성효 감독이 2년 반을 이끌었다. 서정원 감독도 자진사퇴 후 1달 반 동안 자리를 비우기는 했지만, 다시 돌아와 6년을 채웠다.
수원이 가라앉기 시작한 시점은 모기업이 제일기획으로 바뀐 2014년이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속담처럼 2018년까지는 버텼다. 2016년 한 차례 파이널B(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다시 파이널A로 복귀했다.
하지만 2019년 이후 수원의 성적은 수원답지 못했다.
2019년 8위, 2020년 8위에 그쳤고, 2021년 잠시 파이널A(6위)로 올라왔지만, 2022년에는 10위까지 추락하며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경험해야 했다. 그나마 2019년 FA컵 우승으로 자존심은 지켰다. 하지만 2023년에는 개막 후 7경기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한 채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결국 이병근 감독이 경질됐다. 1년을 채우지 못했다. 취임 후 364일 만의 경질이다. 수원은 이례적으로 '자진사퇴'가 아닌 '경질'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23년 동안 단 4명의 감독이 이끌던 명문 구단이 2019년 이후 4년 4개월 동안 고작 3명이 지휘하는 팀으로 바뀌었다. 이임생 감독이 1년 7개월, 박건하 감독이 1년 7개월, 이병근 감독이 1년 만에 교체됐다. 이임생 감독과 박건하 감독 사이 주승진 감독대행이 2개월 가량 팀을 이끌었다. 이임생, 박건하, 이병근 감독 모두 수원 레전드 출신이다.
감독대행을 제외하면 같은 기간 사령탑 3명을 교체한 팀(K리그1 기준)은 대구FC가 전부다. 대구는 안드레, 이병근, 가마, 최원권 감독으로 사령탑이 바뀌었다.
그야말로 수원의 감독 잔혹사다.
감독 만의 문제는 분명 아니다. 모기업이 바뀐 뒤 수원의 투자는 확 줄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공개한 2022년 K리그 선수 연봉 지출 현황에 따르면 수원은 88억7583만9000원을 썼다. 김천 상무를 제외한 11개 구단 중 8위였다. 2021년에도 78억6495만1000원으로 12개 구단 중 7위였다. 기업 구단 중 가장 적은 금액이었다.
국가대표 명단을 봐도 수원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스타 플레이어들을 배출했던 명문 구단이었지만, 이제 국가대표 명단에서 수원의 이름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 2018년 러시아월드컵 이후 오랜 기간 수원 국가대표는 홍철(대구FC)이 유일했다. 홍철이 2020년 7월 울산 현대로 이적한 뒤 한동안 국가대표를 배출하지 못했다. 2021년 5월 권창훈이 유럽에서 돌아오면서 수원 국가대표 명맥을 이어갔다. 이후 정상빈(미네소타 유나이티드), 이기제, 김건희(콘사도레 삿포로), 오현규(셀틱) 등이 발탁됐지만, 테스트 성향이 짙었다. 그런데 이제 그 유망주들도 해외로 떠난 상태다.
수원은 오는 22일 FC서울과 슈퍼매치부터 최성용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