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주문한 가운데 금융 당국도 피해 주택이 당장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강구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전세 사기 주택의 경매 처분으로 피해자들이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걸 막기 위해 선순위 채권자인 은행권‧비은행권 금융사들과의 관련 논의 절차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대규모 전세 사기를 저지른 건축업자는 금융사들로부터 대출을 받아 집을 지었다. 때문에 선순위 근저당권을 확보한 금융사가 해당 주택 경매를 신청하고, 저가에 낙찰될 경우 후순위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최우선변제액만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상황이 어려운 만큼 이번 사안을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피해자들이 더 큰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다각도에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선순위 채권자 지위인 금융사들에 현 상황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경매 처분을 유예해 줄 것을 요청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금융사와 피해자별 상황이 각기 다른 만큼 맞춤형 대응책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산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전세 사기 피해가 집중된 인천 미추홀구에서 관리 중인 주택들의 경매 절차를 이미 연기했다. 이날 캠코에 따르면 캠코 인천지역본부는 미추홀구 소재 관리 주택 210건 가운데 3월에 37건, 4월에 14건 등 모두 51건의 매각 기일 변경 신청을 했다.
캠코가 금융사들로부터 매입한 부실채권 가운데엔 미추홀구 주택에 설정된 근저당권도 포함됐기 때문에 이 같은 조치가 가능했다. 캠코 관계자는 "매각 기일 변경 신청이 이뤄진 주택들은 대부분 전세 사기 피해 주택으로 파악된다"며 "앞으로도 이 지역에서 매각 기일이 도래하는 주택에 대해선 같은 조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보고한 '전세 사기 주택 경매 일정의 중단 및 유예' 등 대책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은 "민사 절차상의 피해 구제도 필요하지만, 사회적 약자들이 대부분인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구제 방법이나 지원 정책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며 "찾아가는 지원 서비스 시스템을 잘 구축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