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순화지구 인접 땅 매입하자, 뻥 뚫린 도로…군의원 개설 '압박'도

지지부진 하던 순지선 도로 매입 후 6개월만에 '고시'
군의원, 민원 가장한 이해 관계성 요구 논란
담당 공무원 '땅값' 직접 언급
경찰 관계자 "민원성 의원 요구, 시점 파악 중요"

순화지구 개발사업 인근 순지선 포장 도로. 김대한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단독]순창군 간부 공무원, 순화지구 개발 전 인접 땅 샀다
②[단독]순화지구 인접 땅 산 간부 공무원, 의원·경찰도 쪼개기 매
③경찰, 순화지구 옆 땅 산 '공무원·의원·경찰' 관련 조사
④[르포]시골 공무원·군의원·경찰관의 '수상한 전원생활'
⑤[단독]순화지구 인접 땅 매입하자, 뻥 뚫린 도로… 군의원 개설 '압박'도
(계속)

순창군의원과 간부 공무원 그리고 경찰관이 순화지구 개발 소식이 발표되기 전 인접 땅을 매입해 투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6개월 만에 지지부진하던 도로 사업이 확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들의 땅 매입 시점에 앞서 2015-2016년도 본예산에 해당 도로 사업 예산이 이미 편성됐고, 이후 땅을 매입한 군의원은 도로 개설을 놓고 회의를 통해 담당 과장을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순창군 간부 공무원 A씨와 필지를 나눠 매입한 순창군의원 B씨는 아내 명의로 2016년 5월 27일 순창군 순화리 토지 약 507.2㎡(153평)를 4865만 원에 매입했다.

이들이 땅을 살 당시 순지선 농어촌도로 포장 사업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사업의 진척은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땅을 매입한 시점에서 6개월여가 지난 2016년 12월 15일, '순지선 농어촌도로 확포장 사업이 고시됐다. A씨 등 3명은 순지선이 지나가는 필지의 토지주들이다.

순창군청 본예산 세출예산사업명세서에 따르면 순지선 농어촌도로 예산은 2억 원 가량 책정됐다. 도로 미불용지 보상금은 별도다.

'순지선 농어촌도로 확포장 사업'은 맹지 인근에 도로를 개설해 차량 통행을 수월케 하는 사업으로 이를 통해 토지 지가가 상승해 개발 호재로 분류된다.

전북 순창군 순화리 순화지구 경계지점과 연접해 있는 간부 공무원 A씨 등 3명의 땅. 그래픽=안나경 기자

특히 B씨가 아내를 통해 매입한 2016년 5월 B씨는 순창군의회 예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이면서 순창군의회 부의장직을 맡고 있었다.

B씨는 2017년 9월에 진행된 '제7대 226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에서 "순지선은 언제 하실 겁니까?" 등 담당 과장에게 도로 개설을 수차례 압박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B씨의 질의를 받은 담당 과장은 "많은 사업들을 해봤지만, 순지선에 편입된 토지주처럼 도로 나는 것을 반대하는 분들은 처음 봤다"며 "제가 가서 (토지주들에게)설득을 많이 했다. 왜냐하면 도로를 내고 나면 땅값이 두 배로 뛸 수도 있는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이해관계가 엮인 군의원이 도로 개설을 압박한 가운데 행정을 두고 담당 공무원이 '땅값'을 직접 언급하며 의원의 말을 두둔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땅값 상승의 효과는 그대로 나타났다. 땅을 구매한 2016년 당시 ㎡당 1만 3500원이던 개별공시지가는 2022년 3만 7천원으로 3배 가까이 올랐다.

인근 주민은 "순지선이 깔린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지만, 최근에서야 도로가 깔렸다"며 "인근 논밭을 소유했던 토지주들은 재미 좀 봤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B씨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순지선은 옛날부터 예정이 돼 있었다"며 "우연히 도로가 개설됐고 순수하게 전원생활을 위해 구입한 땅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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