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발사' 돌입한 누리호…한국판 스페이스X 초석 놓을까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다음달 24일 출격을 앞두고 막판 점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실용위성 8기를 싣고 우주로 향하는 이번 3차 발사가 성공하면서 향후 한국판 스페이스X 탄생에 초석을 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 항공우주업계 등에 따르면 누리호는 3차 발사를 위한 막판 준비상황을 점검 중이다. 1‧2차 발사 때와 달리 3차 발사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이번이 실용위성 8기를 탑재한 사실상 첫 실전 발사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탑재되는 위성 8기는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한국천문연구원의 도요샛 4기, 민간기업이 만든 져스텍·루미르·카이로스페이스 위성 3기 등이다.
 
앞서 지난 2021년 10월 1차 발사에서는 비행 고도에 도달하는 동시에 위성모사체 분리는 성공했지만, 위성 모사체의 궤도 안착에 실패했다. 이듬해인 2022년 6월 2차 발사에선 위성 모사체와 성능검증 위성을 탑재했는데 성능검증 위성이 모두 계획한 궤도에 도달하면서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차 발사 모두 더미 위성이라고 불리는 위성 모사체가 실렸다는 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번 3차 발사에서는 위성 모사체 대신 8기 전부를 실용위성으로 채웠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분석이다.
 
통상 지구 주변을 일정한 속도로 도는 인공 위성을 갖기 위해선 크게 2가지 기술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우주에서 장시간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 받으며 가동하는 '위성'과 그 위성을 지구 밖으로 운반할 수 있는 '발사체'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2년 8월 우리별 1호를 우주로 발사하며 첫 신호탄을 열었다. 인공 위성은 2000년대 이전 개발에 성공했지만, 정작 위성을 운반할 발사체는 마련되지 않아 미국과 러시아 등 우주 강대국들에 의존해야만 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가 3차 발사에 이어 향후 반복되는 시험 발사를 통해 안착할 경우, 명실상부한 완성형 독자 기술을 확보한 국가로 평가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위성 제작에서부터 시작해 우주로 위성을 보내는 기술까지 보유한 나라는 전 세계 7~8개 국가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독자적인 기술로 우주시대를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발사체 기술은 사실 미국이나 러시아 등 우주 기술 선진국들에서도 기술 이전을 해주지 않는 분야"라며 "일본이나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우주항공 분야에서 50년 정도 앞서 있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 기술 개발에 나서면 반도체나 자동차 산업처럼 크게 성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950년대 미국 역시 국가 주도로 우주시대를 열었지만 이후 민간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발판 삼아 성장했다는 점도 우리에게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이르면 오는 17일쯤 스타십(Starship) 우주선의 시험비행에 나선다. 스타십은 달과 화성 등으로 사람과 화물을 보내기 위해 만들어진 약 50m 크기의 우주선이다. 
 
일본 또한 민간 기업이 만든 달 착륙선의 시험 발사를 앞두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 기업 아이스페이스가 만든 무인 달 착륙선 '하쿠토-R 미션1'은 오는 25일 달 착륙을 위해 발사에 나선다. 이번 발사에 성공할 경우, 아이스페이스는 민간 기업으로선 최초로 달에 착륙하는 기록을 갖게 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통화에서 "아직 우리나라의 우주기술은 걸음마 단계라 스페이스X 등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첫 마중물이 뚫리면 민간 기술 발달에 가속도가 붙기 때문에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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