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발간한 통일백서에서 정책의 내용과 방향을 핵심적으로 나타내는 개념용어로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 비핵화', '북미관계' 대신 '미북관계' 등의 용어를 명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비핵화는 비핵화의 대상이 북한 '핵'임을 분명히 드러내고, 미북관계는 북한보다 동맹인 미국을 더 앞세우는 용어로 풀이된다.
통일부가 14일 배포한 '2023 통일백서'를 보면, 백서의 1장 '윤석열 정부의 통일·대북정책-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 즉 책 본문의 시작 부문(15페이지)부터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와 통일·대북정책의 중점 과제가 북한 비핵화, 남북관계 정상화, 북한인권 증진, 통일미래 준비 등으로 변화되었고, 이러한 방향으로 통일부의 기능 재편도 추진하였다"는 대목이다.
이를 포함해 통일백서에는 모두 10군데에서 '븍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문재인 정부의 통일백서에 기재된 '한반도 비핵화'를 '북한 비핵화'로 바꾼 것이다. 비핵화의 대상이 북한 핵이고, 핵을 포기해야할 주체가 북한임을 분명히 드려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는 지난 1991년 말 남북이 채택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유래했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91년 12월 18일에 "한반도에 핵무기가 전혀 없다"며, 한반도에 배치된 전술 핵무기의 철수를 공식화했고, 남북은 이어 91년 12월 31일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남한의 전술핵무기 철수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이후 핵 개발을 본격화했고,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는 비핵화의 대상과 주체를 모호하게 한다는 일각의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밝혔는데, 이 구상의 핵심 내용인 대규모 대북 경제지원과 남북공동경제발전 계획의 추진도 '북한 비핵화의 진전'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용해오던 '북미', '북미관계'라는 용어를 '미북', '미븍관계'로 각각 바꾼 것도 적지 않는 논란이 예상된다.
통일부는 이미 지난해 말 '담대한 구상' 관련 자료에 '북미관계' 대신에 '미북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에 대해 '미북관계'라는 용어를 공식화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이 용어를 공식화한 것은 아니며 '미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모두 사용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통일백서에는 '미북대화', '미북간의 문제', '미북관계' 등 '미북'이라는 용어가 모두 7차례나 사용됐다.
반면 '북미'는 한 번 등장했다. 그것도 남북관계 주요일지에서 "미북,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253페이지)에서처럼 두 용어를 병행하는 방식에서였다. 결국 정부가 통일백서를 통해 '북미' 대신 '미북'을 공식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핵 무력이 고도화되는 현 시점에서 '민족'인 북한보다 '동맹'인 미국을 더 앞세우는 의도가 엿보이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효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비핵화'와 '미북관계'로 용어를 바꿔 공식 사용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통일백서를 완성한 이후에 전문가들의 감수 과정을 거쳤다"며, "그 과정에서 용어를 통일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고, 이런 의견을 반영해 이번 통일백서에는 통일된 용어로 일관되게 표현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