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미국 정보기관 등 제3자에게 제공한 국내 이용자의 정보 내역을 공개하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3일 국내 인권활동가 오모 씨 등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내역을 공개하라"라며 구글과 구글 코리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미국 법령을 근거로 비공개 내역은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2심 판결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앞서 오씨 등은 2014년 2월 구글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프리즘 프로그램에 사용자 정보를 제공해 자신들의 개인정보 등이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제공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NSA의 감시 프로그램인 프리즘은 인터넷 정보 등을 수집하는데, 구글이 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에 의해 폭로됐다.
오씨 등의 요구에 구글이 응하지 않으면서 소송이 시작됐다.
원심은 구글 본사가 미국 법령에 따라 비공개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사항에 대해 정보 열람과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대해 "'미국 법령에서 비공개 의무가 있는 것으로 규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피고 구글이 그 정보의 제공 현황을 원고에게 공개할 의무가 없다'라고 본 원심 판결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라며 "원심 판결을 일부 파기 환송한다"라고 오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대한민국 법령 외에 외국 법령도 준수해야 하는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가 외국 법령에서 정보 공개를 제한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공개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봤다.
구글 측이 '모든 소송은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의 연방 또는 주 법원이 전속적인 관할을 가진다'라며 주장한 전속적 재판 관할 합의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구 국제사법 제27조 1항을 근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구 국제사법 제27조는 소비자가 가지는 상거소지국(거주국가)의 소비자 보호규정 적용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보호하면서, 외국 법원 등에 소를 제기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소비자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또 "당사자 간 국제 재판 관할 합의를 했어도, 분쟁이 구체적으로 발생하기 전에 이뤄졌고 내용도 전속적 관할 합의에 해당한다면 소비자 계약에 대해선 효력이 없다"라며 "전속적 재판 관할 합의에도 불구하고 구 국제사법 제27조 제4항에 따라 그 상거소지국 법원인 대한민국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