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시장에 격변이 예상된다. 이동통신 3사는 5G 중간요금제를 잇따라 내놓으며 고객 사로잡기에 앞다투고, 알뜰폰 시장에서의 선택지도 넓혀가고 있다. 기존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공짜 요금제까지 내놨다. 여기에 금융권마저 통신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태세다. 성장이 정체된 5G는 물론 4G(LTE) 시장에서도 경쟁의 서막이 꿈틀거리고 있다.
LG유플러스는 12일 5G 중간요금제 4종을 출시한다. 데이터 제공량에 따라 △50GB(6만3천원) △80GB(6만6천원) △95GB(6만8천원) △125GB(7만원) 등 6만~7만원대 요금으로 구성했다. 기존에 비어있던 31~150GB 구간을 4단계로 채운 것이다. 데이터 소진시 적용되는 속도 제한은 95GB 요금제에서 3Mbps, 125GB 요금제에서는 5Mbps로 높였다.
앞서 SK텔레콤은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37GB(6만2천원) △54GB(6만4000원) △74GB(6만6천원) △99GB(6만8천원) 등으로 구성된 중간요금제를 선보였다. KT도 조만간 5G 중간요금제를 내놓을 예정이다. LG유플러스가 중간요금제에서 데이터 소진시 속도 제한을 1Mbps인 SK텔레콤보다 상향한 만큼, KT도 KT만의 차별성을 내세울지 주목된다.
애초 민생 안정 취지에서 정부가 통신사들에게 중간요금제 신설을 요구했지만, 점차 통신 3사간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이재원 LG유플러스 MX혁신그룹장은 "이번 5G 요금제 개편으로 그동안 정체됐던 국내 이동통신시장에 서비스·요금 경쟁을 촉발하는 신호탄을 쐈다"고 말했다. 김지형 SK텔레콤 통합마케팅전략담당은 "고객의 다양한 이용 패턴과 니즈를 고려해 고객 눈높이에 맞는 5G 요금제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간요금제로 함축된 5G 시장에서의 경쟁 양상은 알뜰폰 LTE 시장에서도 비슷하다. 알뜰폰 브랜드 KT엠모바일은 지난 10일 가족·친구가 아니어도 가입자끼리 결합할 수 있는 '아무나 결합 서비스'를 출시했다. 관계를 막론하고 가입자면 누구든 묶을 수 있는 결합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비스를 신청하면 월 최대 20GB의 무료 데이터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지난 4일 알뜰폰 브랜드 'U+유모바일'에서 월 데이터 이용량 5~13GB 구간의 신규 요금제 5종을 출시했다. 통화 무제한이 필요 없는 이용자가 통화 사용 패턴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면 약 25%가량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알뜰폰 사업 영업팀을 신설하고, 신사업 전략 구성 등 다양한 지원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같은 알뜰폰 시장을 둘러싼 통신 3사의 경쟁은 '치킨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심지어 요금 0원의 파격적인 알뜰폰 요금제까지 나왔다. 주로 통신 3사의 망을 빌려쓰는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다. 알뜰폰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자 통신 3사들이 이용자 확보 차원에서 보조금 지급을 대폭 늘렸고, 이에 초저가 요금제가 등장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제 통신 3사뿐만 아니라 은행권에서도 알뜰폰 시장에 진출해서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알뜰폰 사업을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하는 안건을 상정해 최종 의결한다.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KB국민은행은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 사업을 계속 운용할 수 있다. 추후 다른 은행들도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와 은행권의 양강 구도를 예상하는 시각이 벌써부터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