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6) 전 이탈리아 총리가 치료에 잘 반응하고 있다고 그의 주치의가 8일(현지시간) 밝혔다.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주치의인 알베르토 잔그릴로 박사는 이날 베를루스코니가 입원한 이탈리아 북부 도시 밀라노의 산 라파엘레 병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잔그릴로 박사는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평온하다"며 "베를루스코니는 심각한 병을 앓고 있고,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치료에 잘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취재진과 만난 것은)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며 "언론의 비관적, 낙관적 전망을 넘어서서 예상된 기준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86세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지난 5일 호흡 곤란을 겪은 뒤 산 라파엘레 병원의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병원 검진 결과 백혈병 진단이 나왔고, 현재 폐 감염으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오랜 최측근인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조금 전 잔그릴로 박사와 통화했는데, 그는 베를루스코니가 잘 쉬고 있고, 치료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소개했다.
타야니 부총리는 "베를루스코니는 사자처럼 육체적으로 강인하다. 우리는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싶다"며 "전화로 그(베를루스코니)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목소리에 큰 울림이 있었다"고 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오른팔'로 불리는 지아니 레타 역시 중환자실을 방문한 뒤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좋았다"며 "덕분에 그에게 행복한 부활절을 기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자신을 찾아온 측근들에게 퇴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고 안사 통신은 전했다.
이탈리아 최고 갑부이자 미디어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베를루스코니는 1994년 총선에서 처음 집권에 성공해 7개월 동안 총리를 지낸 뒤 2001~2006년, 2008~2011년 다시 총리직을 맡았다.
3차례(2005년 이뤄진 개각을 감안하면 4차례)에 걸쳐 9년간 총리를 지내며 2차 대전 이후 이탈리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수립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집권 기간 내내 온갖 성 추문과 비리, 마피아 커넥션 등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탈리아의 '국격'을 떨어뜨린 장본인이자 이탈리아 경제를 후퇴시키고, 만성적인 재정 적자라는 경제 고질병을 떠안긴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그의 독특한 매력과 카리스마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아 여전히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