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상 줄줄이 중국행…미국-유럽 갈라치기 성과?

6일(현지시간)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회담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미국의 전방위적인 견제로 고립위기에 처해있는 중국이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인 유럽 국가들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경제협력이라는 실리가 그 명분인데 주요 무역 파트너이자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과 등질 수없는 유럽국가들도 이에 호응하면서 미국과 유럽을 분리하는 중국의 갈라치기 전략이 어느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귀한 손님' 마크롱에 선물보따리 내민 시진핑

지난 5일부터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중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그야말로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의전 측면에서 6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바로 다음날 광저우로 이동해 만찬 형식으로 다시 한번 시 주석과 회동한다. 시 주석이 중국을 찾은 외국 정상과 베이징 이외 지역에서 다시 회동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의전 뿐만 아니라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기업을 향한 중국의 선물보따리도 잔뜩 챙겼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 기업 수행단이 현지에서 20여건의 사업 계약을 체결했고, 광저우에서 추가 계약체결도 예상된다고 7일 보도했다.

우선 에어버스는 중국 항공기재집단유한회사(CAS)와 여객기 160대를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에어버스는 중국에 여객기 최종 조립을 위한 두 번째 생산라인을 세워 중국 내 생산능력을 2배로 키울 예정인데 중국 항공사들이 이 생산라인의 주요 고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알스톰은 청두에 전기 견인 시스템을 공급하고, 해운회사 CMA CGM은 중국 국영회사 두 곳과 바이오연료 계약을 체결하가 하면, 중국은 자국 돼지고기 시장도 프랑스 양돈업계에 개방하기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그가 이끌고온 60여명의 프랑스 기업인들이 저마다 방문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대중 견제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와중에 전통적인 우방을 뒤로하고 중국을 찾은 마크롱 대통령이 귀한 손님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 입장에서도 미중 갈등을 틈타 14억 인구의 거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중국의 구애를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런 이유로 마크롱 대통령 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을 찾는 유럽국가 정상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달에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보아오포럼 참석차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났고, 지난해 11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찾았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상반기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전통적 우방? '거대 시장' 중국과 경제협력이 우선

에마뉘엘 마크롱(왼쪽부터) 프랑스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연합뉴스

중국을 찾는 유럽 정상들은 저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에 대한 중재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경제적인 이유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테레사 팔론 유럽아시아연구소장은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마크롱의) 이번 방문이 무역보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평화 세탁'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유럽은 최대 무역 파트너다. 지난해 유럽연합(EU) 수출액에서 중국의 비율은 10%로 미국(22%) 다음으로 크고, 수입액은 중국이 23%로 1위를 차지하며 미국(13%)을 크게 앞질렀다. 특히, 주요 소재인 마그네슘과 희토류 등의 중국산 수입 비중이 90%를 넘는 등 유럽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중국은 이미 멀어질대로 멀어진 미국에 대해서는 강대강 대치를 선택한 반면 유럽국가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며 고립위기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상당수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동의하는 모양새를 취하긴 하지만,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협력 역시 필수적이라는 점을 파고드는 전략이다.

실제로 마크롱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프랑스 교민들과 만나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우리를 분리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중국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 대해서는 "나는 이 시나리오를 믿지 않고,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이 듣기 원하는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중국의 미국-유럽 갈라치기 전략이 어느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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