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부진의 늪에 갇히는 양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펴낸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직전 3월호에 이어 두 달째 '경기 부진 지속' 진단이 이어졌다.
올해 들어 KDI 경제동향의 우리 경제 상황 평가는 1월호 경기 둔화 가시화, 2월호 경기 둔화 심화, 3월호 경기 부진 지속 등 악화 일로다.
문제는 여전히, 대폭 감소가 거듭되고 있는 수출이다.
KDI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이 위축됨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수출은 지난해 3월 대비 13.6% 줄며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 전년 같은 달보다 감소했다. 감소 폭도 전달인 2월(-7.5%)보다 훨씬 커졌다.
"최근 반도체 경기, 과거 위기 시와 유사한 수준까지 하락"
특히, 반도체 수출이 34.5%나 급감하며 자동차 수출 대폭(64.2%) 증가 효과를 퇴색시켰다.
KDI는 "최근 반도체 경기는 과거 위기 시 최저점과 유사한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경기 부진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반도체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41.8%나 줄면서 IT 버블 붕괴 시기인 2001년 7월(-42.3%)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47.2%)과 유사한 감소 폭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가동률지수(계절조정 기준)도 직전 정점(지난해 3월) 대비 49.1% 하락하면서 과거 위기 시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고, 재고율(재고지수/출하지수)은 254.2로 과거 위기 수준을 넘었다는 설명이다.
전체 수출액 중 18.9%(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 경기 하락은 수출 위축에 따른 경기 부진 주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KDI는 "내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부진이 일부 완화했으며, 금융시장도 외국 은행권 부실 사태에도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