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앞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반도체(DS)사업부가 4조 원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핵심은 향후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와 실적 반등인데, 이를 두고 엇갈린 관측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삼정 실적을 7일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은 최근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을 1조 원으로 예상한다. 전년 동기 14조 1214억 원에서 92.9% 감소한 수치다.
심지어 다올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1분기 68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적자가 현실이 되면 2008년 4분기 -7400억 원 이후 처음이다.
핵심 원인은 반도체 업황의 둔화다.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수요 부진 △재고 증가 △가격 하락 등 '다운 사이클' 속에서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 가격 동향지표인 DXI 지수는 전달 대비 △1월 -5% △2월 -6.9% △3월 -7.7% 등으로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반도체 재고는 적정치(4주)의 4배에 육박한 15주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장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의 1분기 실적이 4조 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도체 사업부는 2009년 1분기 -6500억 원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이 마지막이다.
반도체 업황이 하반기에 회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신호가 포착됐다. 바닥 다지기가 끝나간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메모리 반도체 업계 3위인 미국의 마이크론의 추가 감산 발표가 주요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D램 생산의 20% 감산을 선언한데 이어 최근 설비투자(CAPEX) 계획 수준을 낮추고 웨이퍼 투입량을 축소하겠다고 결정했다.
이에 대해 신한투자증권 고영민 책임연구원은 공급 축소로 업황 개선의 속도를 높이고, 고객사의 심리를 자극해 가격 반등을 유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가 90.9로 1분기 81.8에서 개선한 점도 기대감을 키운다. 특히 5분기 만에 이 지수가 상승 전환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수출에 대한 전망이 바닥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반도체 산업의 특성이 바뀌었기 때문에 업황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공장가동률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감산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된 이후 시장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전략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2019년 이후 D램이 저성장 산업으로 바뀌면서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매우 떨어져 공급의 증가가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수요의 저성장 속에서 쌓여있는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서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과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등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도 맞대응에 나섰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해외 반도체 기업 중 처음으로 마이크론에 대한 '안보 심사'에 나섰다. 핵심 정보와 공급망 안전, 잠재적인 사이버 보안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중국 당국이 설명했다. 이는 미국에 대한 견제라는 해석이다.
문제는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음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에 제조시설을 두고 있는 한국의 반도체 제조회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번 조사는 '미국의 조치를 따르지 말라'는 경고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반도체 업황이 2분기 또는 3분기에 바닥을 찍고 회복해도 정부 차원의 정치‧외교적 능력이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