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거부권에 野, 양곡법 재표결 방침…강대강 대치 국면 지속

지난 3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쌀값 정상화법 공포 촉구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에 재표결로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재표결할 경우 국민의힘 협조 없이는 의결 정족수를 충족할 수 없지만, 부결되더라도 '민생 법안'을 앞세워 정치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향후 양곡법 외에도 방송법·간호법 등 법안을 줄줄이 통과시켜 '물량공세'에 나설 방침인 만큼, 여야 강대강 대치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박홍근 "재표결 방침"…정부에 '민생외면' 프레임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4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는 민주화 시대 이후 민생법안을 최초로 거부한 일"이라며 "정부의 재의요구안이 이송되면 그 절차에 따라 재표결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독선적이고 오만한 국정운영이 거부권 행사로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재표결에서 또다시 부결을 행사한다면 고스란히 국민과 농민, 역사로부터 평가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우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른 부담을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통령이 재의 요구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200석)의 찬성이 필요하다. 의원 수 115명인 국민의힘 협조 없이는 의결될 수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재표결을 추진하는 이유는 법안이 부결되더라도 국민의힘이 '민생법안' 처리를 막고 있다는 정치적 부담을 가할 수 있어서다.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들의 민생을 위한 법안을 정부여당이 발목잡기 하는 모양새"라며 "국민의힘이 결국 협조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지난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쌀값 정상화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규탄 기자회견' 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와 함께 민주당은 내심 국민의힘의 이탈표도 기대하는 눈치다. 재의요구 된 법안을 재표결할 경우 표결이 무기명으로 진행돼 이탈표가 나올 수도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국면에서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농민들의 표심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민주당은 내다보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아무리 대통령 의중이더라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의 농민 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탈표가 조금이라도 나올 경우 의결될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재표결에서 부결되더라도 대체 법안을 새로 통과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수정안인 현재 양곡관리법 법안 이전에 민주당이 내놓은 원안을 통과시키자는 의견과, 비슷한 내용의 다른 대체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주장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소속 소병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일 규탄대회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우리가 준비했던 원안 그대로 법을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방송법·간호법·노란봉투법 등 대기…尹 부담↑


민주당은 향후 양곡관리법 외에도 다른 법안들도 통과시켜 물량공세를 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여당이 반대 의사를 밝힌 방송법과 간호법, 노란봉투법 등을 의석 수를 앞세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들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으며, 60일이 지나면 본회의로 직회부될 수 있다.

결국 해당 법안들이 줄줄이 통과될 경우 윤 대통령의 부담도 상당해질 것으로 보인다. 매번 쟁점 법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민주당의 계산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4일 SNS를 통해 "민주당이 원안을 재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것에는 '대통령이 민생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라는 프레임으로 현 정부를 계속 공격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 전까지 민주당과 정부여당의 강대강 대치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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