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퇴직까지 몰고간 '공폭'…은평구청은 뭐했나

은평구 "내부 감사하던 중 경찰 수사 들어와 멈췄다"더니
피해 직원들 경찰 부르기 전 구청에 수차례 문제 해결 호소
2013년 광진구청, '허위 신고' 민원 남발한 악성 민원인에 수사의뢰
'허위 신고 23%' 민원인 벌금 1천만원…'허위 31%' 은평구 직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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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단속원들이 '허위 불법주차 신고' 2천여 건을 동료 직원들에게 몰아넣은 서울 은평구청판 '더글로리' 사건이 일어난 가운데, 피해 직원들이 피해를 호소했는데도 구청이 사실상 이를 묵살하고 늑장 대응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은평구청 주차관리과 주차단속원들이 같은 구청에서 함께 일하는 단속원 5명에게 최소 2084건이 넘는 불법주차 민원을 집중 신고한 사실이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로 드러난 바 있다.
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피해 직원들은 가해 직원들의 신고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던 지난해 8월부터 은평구청에 '내부 직원의 악성 민원인 것 같다'는 취지로 문제 해결을 호소했다.

피해 직원들은 지난해 5월부터 특정 민원인의 이름으로 들어오는 불법주차 신고만 보면 일반적인 신고와 '뭔가 다르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허위 불법주차 신고가 유독 피해 직원들의 근무 시간대에 정확히 맞춰서 몰렸고, 구청의 주차단속 구역 중에서도 가장 먼 장소를 콕 집어 골라 동시에 신고 접수되는 등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소행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같은 허위 불법주차 신고를 견디다 못한 피해 직원이 접수된 민원인의 휴대전화에 '자제해달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는데, 민원인은 답장조차 없었다. 기재된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없는 번호'로 안내될 뿐이었다.

피해 직원 "내부 직원 소행" 해결 호소에 구청 "근거 가져오라"

은평구청사. 은평구 제공

견디다 못한 피해 직원들은 지난해 8월부터 구청 관리자에게 '내부 직원의 악성 민원인 듯하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에 걸쳐 문제해결을 호소했다.

하지만 구청 관리자는 '내부 직원의 소행이라는 근거를 가져오라'는 등의 답변으로 일관하면서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지난해 11월 피해 직원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허위 불법주차 신고 장소를 촬영한 CCTV를 확인하자 곧 가해자들의 신원이 특정됐다. 해당 CCTV에는 가해 직원과 차량이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처럼 서울 서부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하자 가해 직원 3명은 스스로 불법주차 신고를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은평구청은 자체 조사를 시작했고, 경찰 수사가 착수되면서 진행중이던 내부 감사를 일시적으로 멈춘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직원들이라고 불법주차 신고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피해자들은) 내부에서 신고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허위 민원'이라고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구청 내부적으로 빨리 처리하고 싶었는데 개인정보보호법상 민원 내용을 자세히 분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또 구청에서는 CCTV를 볼 법적 근거가 없었다"며 "11월에 감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경찰 수사가 들어오는 바람에 손을 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피해 직원이 아니라 가해 직원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가해 직원들도 문제가 있지만, 평소 피해 직원들도 동료 직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피해자들에게 문제의 책임이 일부 있다고 주장했다.

광진구, '허위 신고 23%'에 벌금 천만원…'허위 신고 31%' 은평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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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피해자들이 구청에 도움을 요청한 때가 지난해 8월, 경찰에 신고한 때는 3개월이나 지난 11월이었는데 그동안 사실상 구청이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과거 서울의 다른 구청에서는 허위 불법주차 신고를 남발한 악성 민원인에 대해 선제적으로 조사에 나서 수사의뢰까지 한 덕분에 해당 민원인이 처벌받은 '모범 사례'도 있다. 은평구청의 이번 조치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광진구에 거주하던 강모씨는 2013년 1~9월 다산콜센터와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불법주차 신고를 3438건이나 제기했다. 하루 115건 신고한 적도 있었다.

특히 강씨의 신고 3400여 건 중 700여 건(23%)은 현장에서 불법주차 차량이 발견되지 않은 '허위 신고'였다.

강씨의 이같은 허위 불법주차 신고 때문에 광진구는 '3시간 이내 단속' 지침을 지키지 못한 적이 많았고, 서울시의 민원대응 평가에서 광진구의 등수도 뚝 떨어졌다.

강씨의 악성 민원을 견디다 못한 광진구는 2013년 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강씨가 허위 신고를 했다고 보고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

법원은 강씨에게 벌금 1천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고,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은 강씨에게 2014년 2월 벌금이 확정됐다.

더구나 은평구의 경우 허위 신고가 최소 31%에 육박해 광진구의 허위 신고를 크게 웃돌았다. 또 신고자가 같은 구청 동료 직원으로 사안이 더욱 중대한데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같은 악성 민원으로 인한 괴롭힘 끝에 은평구 주차관리원을 그만둔 A씨는 "지금 물론 경찰이 수사하고 있지만, 우리(구청) 감사실에서는 수사 결과는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그런 사람들(가해자 등)은 조직(은평구청)에서 너무 좀(먹는 것) 같은 종자들"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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