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와 중동을 중심으로 중국의 위안화로 무역 대금을 결제하는 비중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미국의 대중 견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역시 '달러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며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중국 관영매체 펑파이는 3일 중국이 위안화를 사용하는 '친구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며 최근 남미 최대 경제 대국인 브라질이 양국간 무역에서 위안화를 결제 통화로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수출투자진흥공사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양국이 헤알화와 위안화를 주고받으며 대규모 무역 및 금융 거래를 직접 수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따라 양국간 거래에서 브라질 업체들은 달러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대신 중국에서 만든 '국경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을 이용하게 된다.
펑파이는 "CIPS 이용이 증가하고 있고 이는 위안화의 국제화에 중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CIPS 결제 규모는 지난 2017년 대비 약 3.5배 증가한 42조 위안(약 6조 7천억 달러)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브라질 뿐만 아니라 최근 신흥국을 중심으로 위안화를 결제 통화로 사용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현재 수출 대금의 위안화 결제 비중이 16%에 달한다.
여기다 중국은 중동 국가들과 위안화 결제 비중을 늘려가며 원유 구매 비용을 달러로만 지불하는 '패트로 달러' 체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달 27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중국 정유회사인 룽성석유화학의 지분 10%를 사들이며 위안화로 결제하기로 했다. 또, 다음날에는 중국해양석유총공사가 아랍에미리트(UAE)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며 위안화로 결제했다.
이는 일부 사례에 불과하지만 지난 1987년부터 확고하게 정착되며 그 누구도 감히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패트롤 달러 체제에 작은 균열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실제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서 "원유와 천연가스의 위안화 결제를 추진해야 한다"며 미국이 보란듯이 패트롤 달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물론, 아직까지 국제 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약한 수준이다. 지난 2월 기준 SWIFT 집계에 따르면 달러의 글로벌 결제 통화 비중은 41.1%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위안화 비중은 2.19%에 불과했다.
펑파이는 이에 대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세계 자금이 계속해서 미국으로 유입되며, 달러의 국제적 위상은 약화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의 통화정책으로 인해 신흥국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달러 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국가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펑파이도 지적한 것처럼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쏠리면서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고, 그것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과 달러로 결제하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다 미국 달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 체제하에서 미국은 무역·재정의 '쌍둥이 적자'에도 불구하고 달러를 찍어내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지만 신흥국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달러 의존 비중을 줄이라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흥국 전문가인 짐 오닐 골드만삭스 자산운영 전 회장은 오래전부터 달러가 세계 금융에서 너무 지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신흥국들이 달러 의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다만, 오닐 전 회장은 한 기고문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달러의 지배가 지속되는 이유는 달러에 견줄 만한 전략적 대안이 될 통화가 없기 때문"이라며 "일각에선 중국 위안화가 그럴듯한 대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위안화 사용 국가가 많지 않아 당장 위안화가 달러 패권을 위협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