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은 국가 공권력에 의해 제주도 민간인들이 희생당했던 4·3사건의 7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정치권 움직임도 활발했는데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에서는 당 대표를 포함해 지도부가 대거 현장 추념식에 참석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도부 중 일부만 참석했고, 김기현 대표는 아예 참석도 안했는데요, 과거 지도부가 외연 확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오던 것과 비교되면서 강성 지지층 표심 잡기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정치부 서민선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서민선 기자.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다른 당 대표들은 참석했는데, 김기현 대표만 불참했어요?
[기자]
네, 김 대표는 오늘 오전 제주 현장은 가지 않고 서울 국회에서 최고위원회 회의를 열었습니다. 대신 참석자들 모두 검정색 양복과 넥타이, 그리고 제주 4.3 추념을 상징하는 동백꽃 뱃지를 가슴에 달았습니다. 회의 시작 전엔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가 발언 중 제주4.3 사건을 잠깐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인서트1/김기현]
=우리당은 제주도가 겪은 슬픔을 기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국민통합의 미래를 열어나가겠습니다.
[앵커]
불참한 이유가 뭐에요?
[기자]
바쁜 일정 때문이라는대요, 총 세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시급한 민생 현안이 있고, 중소기업중앙회 초청 행사, 그리고 부산엑스포 유치 관련 실사단 방문이 있다 이겁니다. 근데 중소기업중앙회 초청 행사랑 부산엑스포 실사단 행사는 모두 오후였거든요, 심지어 제주도 현장에 직접 간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이철규 사무총장도 돌아와서 행사에 참석했기 때문에 김 대표도 충분히 현장에 다녀와도 되는 일정이었다 이런 지적이 나옵니다.
한 여당 의원은 통화에서 "태영호 의원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4.3은 김일성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발언이 있었던 만큼 이번엔 대표가 꼭 갔어야 했다. 부친상을 당했어도 갔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당 대표를 당심 100%로 선출하다보니 최근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 망언이나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발언 등 지도부가 일부 강성 지지층 표심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앵커]
태영호 최고위원은 오늘 별다른 발언이 없었나요?
[기자]
태 최고위원은 "4.3사건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해야 할 때"라고 언급하면서도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된 것이란 발언에 대해선 입장 변화가 없었습니다. '사과 의향'을 묻자 "정치적 소신"이라며 굽히지 않았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인서트2/태영호]
=저는 어떤 점에서 제가 사과해야 되는지 아직까지 저는 납득이 되지 않고 제가 지난번에 가서 한 발언도 제주도민들에게 용서를 빌었던.. 제가 그분들에 대해서 어떤 특정인들에 대해서 조롱하거나 폄훼하거나 그런 일은 저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당시 역사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제 발언의 취지에 대해 과연 유족들과 피해자 단체에서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본인 발언의 취지를 유족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군요.
[기자]
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발간한 4.3사건 진상보고서에는 김일성 지시 대목은 한 군데도 없습니다. 태 의원 주장의 근거는 "북한에서 그렇게 배웠다"는 건데요, 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습니다.
한 여당 의원은 "북한에선 3.1 만세 운동이나 대부분의 항일 독립운동이 김일성 업적이라고 주장하는데, 태 의원이 3.1절에도 그렇게 말할 수 있겠느냐"며 태 의원이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색깔론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작년엔 당대표가 4.3 현장 추념식에 참석했었나요?
[기자]
네, 당시는 이준석 대표 체제였는데요,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오늘 추념식에도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허은아 의원 등이랑 함께 참석했습니다. 불참한 김기현 대표에 대한 비판도 있었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인서트3/이준석]
=사실 김종인/이준석 지도부 때는 5.18도 그렇고, 여순도 그렇고, 4.3도 그렇고 이런 역사의 아픔 속에 함께 하겠다는 원칙이 있었기 때문에 과거 역사와의 진실한 대화를 시도했던 것이, 이번에 새로운 지도부에서 계속되기를 바랐으나 그렇게 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고..
이외에도 미래통합당 시절 보수 정당 대표로선 처음으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를 찾아 5·18 영령 앞에서 사과를 하기도 했는데요, 김종인, 이준석을 거치며 꾸준히 외연 확장을 해 온 상황에서 이번 김기현 대표가 4.3추념식 불참은 지도부의 잘못된 판단이 아닌가 이런 평가가 나옵니다.
[앵커]
이번 행보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과 무관하진 않을거 같은데요?
[기자]
네, 특히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TK와 PK,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20대에서 전반적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말 사이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말 그대로 "우리 편 위주로만 가겠다" 이런 스탠스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됩니다. 내년 총선까지 핵심 지지층만 끌어안고 가겠다는 거죠
하지만 지지율 하락의 주 원인이 중도층 이탈에 있는데, 반대로 외연 확장이 아닌 집토끼에만 몰두하는건 자폐적인 해결방안에 불과하다 이런 비판이 제기됩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정치부 서민선 기자였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