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오페라의 유령'…'뮤지컬 도시'로 발돋움한 부산

지난 1일 부산 드림씨어터 공연장 모습. 에스앤코 제공
'영화 도시'로 알려진 부산이 '뮤지컬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4월 부산시 남구에 국내 최대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1727석)가 개관한 후 '라이온 킹' '캣츠'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등 대형 작품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며 전국 각지 뮤지컬팬의 발걸음이 부산으로 모이고 있다.

지난 1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이 열린 드림씨어터에서 부산의 뮤지컬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오후 2시 시작하는 마티네 공연(낮 공연) 2시간 전부터 극장 안팎은 인산인해였다. 포토존과 배우들의 얼굴을 새긴 현수막 앞은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팬들로 북적였다. 공연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VIP라운지 역시 줄이 쉽게 줄지 않았다.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은 2001년과 2009년에 이어 세 번째로, 부산 공연은 처음이다.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 해변열차. 에스앤코 제공
드림씨어터가 가까운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과 범내골역 근처 거리에는 '오페라의 유령' 홍보물이 심심찮게 보였다.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 해변열차, 엘시티 전망대 '엑스 더 스카이', 영도 복합문화공간 '피아크' 같은 랜드마크에도 '오페라의 유령' 포토존이  설치됐다.

프로듀서인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는 CBS노컷뉴스에 "현재까지 예매관객 지역별 분포도를 살펴보면 부산 외 지역이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부산이 '뮤지컬 도시'로 약진한 배경에는 드림씨어터 개관이 있다. 대형 뮤지컬 장기공연이 가능한 객석 규모(1층 1040석·2층 400여 석·3층 300여 석)와 무대 시스템을 갖춘 전용 극장이 생기면서 부산은 서울, 대구를 잇는 '뮤지컬 도시'로 거듭났다.

이날 드림씨어터 투어를 진행한 임현철 드림씨어터 운영기획팀장은 "공연장 천장에 85개의 배턴(장막을 매단 무대장치)이 설치되어 최소 550㎏에서 최고 750㎏에 달하는 장막을 분당 100m 속도로 이동시킬 수 있다. 그만큼 오리지널 프로덕션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개관 이후 내한공연은 '라이온 킹' '스쿨 오브 락' '캣츠' '오페라의 유령'이, 한국어 공연은 '위키드' '하데스타운' '킹키부츠' '맘마미아!' 등이 관객을 만났다. 올해 라인업에는 '오페라의 유령'을 비롯 '영웅' '레미제라블' 등 한국어 라이선스 흥행 대작이 포진했다.이중 '캣츠'와 '맘마미아!'는 각각 2017년과 2019년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유이한 기록이다.

'오페라의 유령'이 부산에서 공연하는 건 두 번째다. 3개 도시(부산·서울·대구)를 돌며 진행한 2019년 내한공연 당시 부산은 2개월간 10만 관객을 모으며 장기공연이 가능한 도시라는 것을 입증했다. 올해는 11주간 총 103회(프리뷰 3회+본공연 99회) 공연한다. 역대 지역 최장기 공연이다. 이후 7월부터 서울로 옮겨 4개월간 무대에 오른다.

이번 부산 장기공연은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신동원 대표는 "부산뿐만 아니라 경남, 서울, 경기 등 타 지역에서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이 관람 외에도 관광, 소비를 하게 된다. 또한 무대 준비 기간에만 스태프 120여 명이 상주하고 공연 기간에는 스태프·배우 100여 명이 머무르면서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이 열린 드림씨어터. 에스앤코 제공
'오페라의 유령'은 한국 뮤지컬 산업의 시작점이다. 2001년 한국어 라이선스 초연은 7개월간 24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공연사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후 2005년 내한공연에서 19만 관객, 2009년 한국어 공연에서 33만 관객을 불러 모았고 2012년 내한공연에서 누적관객 100만을 돌파했다. 이번 부산 공연에서 누적관객 150만을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스테디셀러 뮤지컬'(100만 관객)은 총 9편이다.

부산 장기공연이 성공하면 한국 뮤지컬 시장 확장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성공 여부는 뮤지컬계 초미의 관심사다. 신 대표는 "부산(인구 332만 명)은 경제활동인구가 많고 영화를 비롯 문화소비가 활발해 관광과 결합할 수 있는 요소가 풍부한 도시"라며 "제작사 입장에서 서울 외에 대형 킬러 콘텐츠를 성공시킬 수 있는 시장과 거점도시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도전을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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