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이 열린 드림씨어터에서 부산의 뮤지컬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오후 2시 시작하는 마티네 공연(낮 공연) 2시간 전부터 극장 안팎은 인산인해였다. 포토존과 배우들의 얼굴을 새긴 현수막 앞은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팬들로 북적였다. 공연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VIP라운지 역시 줄이 쉽게 줄지 않았다.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은 2001년과 2009년에 이어 세 번째로, 부산 공연은 처음이다.
프로듀서인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는 CBS노컷뉴스에 "현재까지 예매관객 지역별 분포도를 살펴보면 부산 외 지역이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부산이 '뮤지컬 도시'로 약진한 배경에는 드림씨어터 개관이 있다. 대형 뮤지컬 장기공연이 가능한 객석 규모(1층 1040석·2층 400여 석·3층 300여 석)와 무대 시스템을 갖춘 전용 극장이 생기면서 부산은 서울, 대구를 잇는 '뮤지컬 도시'로 거듭났다.
이날 드림씨어터 투어를 진행한 임현철 드림씨어터 운영기획팀장은 "공연장 천장에 85개의 배턴(장막을 매단 무대장치)이 설치되어 최소 550㎏에서 최고 750㎏에 달하는 장막을 분당 100m 속도로 이동시킬 수 있다. 그만큼 오리지널 프로덕션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개관 이후 내한공연은 '라이온 킹' '스쿨 오브 락' '캣츠' '오페라의 유령'이, 한국어 공연은 '위키드' '하데스타운' '킹키부츠' '맘마미아!' 등이 관객을 만났다. 올해 라인업에는 '오페라의 유령'을 비롯 '영웅' '레미제라블' 등 한국어 라이선스 흥행 대작이 포진했다.이중 '캣츠'와 '맘마미아!'는 각각 2017년과 2019년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유이한 기록이다.
'오페라의 유령'이 부산에서 공연하는 건 두 번째다. 3개 도시(부산·서울·대구)를 돌며 진행한 2019년 내한공연 당시 부산은 2개월간 10만 관객을 모으며 장기공연이 가능한 도시라는 것을 입증했다. 올해는 11주간 총 103회(프리뷰 3회+본공연 99회) 공연한다. 역대 지역 최장기 공연이다. 이후 7월부터 서울로 옮겨 4개월간 무대에 오른다.
이번 부산 장기공연은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신동원 대표는 "부산뿐만 아니라 경남, 서울, 경기 등 타 지역에서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이 관람 외에도 관광, 소비를 하게 된다. 또한 무대 준비 기간에만 스태프 120여 명이 상주하고 공연 기간에는 스태프·배우 100여 명이 머무르면서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장기공연이 성공하면 한국 뮤지컬 시장 확장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성공 여부는 뮤지컬계 초미의 관심사다. 신 대표는 "부산(인구 332만 명)은 경제활동인구가 많고 영화를 비롯 문화소비가 활발해 관광과 결합할 수 있는 요소가 풍부한 도시"라며 "제작사 입장에서 서울 외에 대형 킬러 콘텐츠를 성공시킬 수 있는 시장과 거점도시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도전을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