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산불 3단계가 내려진 충남 홍성군 서부면 일원에 들어서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도로를 건너 멀리 보이는 산에서 피어오르는 희뿌연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산림청 헬기는 연신 물을 실어 날랐다. 민가까지 내려온 산불의 흔적을 보여주듯 도로 곳곳은 물론 인도까지 검게 그을린 모습이었다.
가장 먼저 찾은 염소농장은 산불이 휩쓸고 간 뒤 처참한 모습으로 변했다. 농기계는 뼈대만 남았고 염소 400마리 가운데 70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흰색 털이 검게 그을린 염소도 볼 수 있었다.
인근 돼지농장도 초토화된 상태로 죽은 돼지가 바닥에 누워있었다. 농장 주인은 "그야말로 삽시간에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대피소로 지정된 서부초등학교에서 만난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하나같이 "중요한 물건만 챙겨서 급히 집을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모든 게 타 버렸다"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박영순(86) 씨는 "마을 이장이 빨리 나오라고 소리쳐서 통장과 도장만 들고 빠져나왔는데 대피해있다가 아들과 함께 다시 집에 가보니 모두 불타 없어진 이후였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60년 넘게 살았던 옛집과 새로 지은 집이 모두 타버렸다. 박 씨는 "다 타 버렸다"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했다.
전모(85) 씨는 "커다란 불씨 같은 게 바로 앞에 떨어지기도 했다"며 "면사무소 직원의 차를 얻어타고 대피해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집 바로 뒤까지 시뻘건 불길이 내려왔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예산·홍성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은 이날 대피소를 찾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며 주민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2일 오전 11시쯤 발생한 홍성 산불의 진화율은 3일 오후 2시 현재 66%를 기록 중이다. 24시간 넘게 타고 있다. 헬기 21대, 장비 154대, 인력 2900여 명이 투입돼 총력 진화에 나서고 있다.
충남도에 따르면 민가 30동과 축사 3동, 창고 및 비닐하우스 27동, 사당 1동 등 62동의 시설이 피해를 봤다. 주민 236명은 서부초등학교 대강당과 각 마을회관에 분산 대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