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내로남불'의 늪에 빠진 모양새다. 자당 노웅래 의원·이재명 대표 체포안은 부결했지만, 상대당 하 의원에 대해서는 가결표를 상당수 던졌기 때문이다. 추후 국회에 접수될 수 있는 이 대표의 추가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커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서 최소 50명 가결표 계산…'이중잣대' 비판 나와
국회는 30일 본회의에서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표결을 진행했다. 투표 결과 모두 281표 중 찬성 160표, 반대 99표, 기권 22표로 가결됐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이번 가결로 민주당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투표 결과를 보면,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짐작된다. 무기명 투표기 때문에 정확한 계산은 불가능하지만,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가결'로 사실상 당론을 정한만큼 가결표들 중 민주당에서 나온 표가 적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104명)과 정의당(6명) 의원 110명으로 단순 계산하면 민주당에서 적게는 50명의 가결표가 나왔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최근 민주당이 노웅래 의원·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안은 부결한 것과 비교했을 때 이중잣대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표결에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스스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에 나서고, 정의당도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주장하면서 민주당의 입지가 더욱 좁아진 모양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국회의원이 자신의 개인적 비리로 인해 생기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면탈하기 위해서 불체포특권을 남용하는 것은 앞으로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며 이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대통령선거 당시 이 대표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검찰의 무도한 수사에는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로 입장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의원 개개인의 소신과 양심에 따른 표결"이라며 "국민의힘이 마치 가결을 당론인 것처럼 말했지만, 하 의원의 읍소로 (국민의힘 내에서도) 상당수 이탈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추가 체포안 표결 '부담'…"방탄 누적 시 장담 어려워"
문제는 조만간 이재명 대표의 추가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접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백현동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등 사건으로도 수사를 받고 있어 추가 향후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크다.
하영제 의원의 체포안 가결은 향후 이 대표 체포안 표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이미 지난 체포안 표결 당시 '방탄 논란'으로 당내 이탈표가 상당해 자칫 가결 처리될 뻔한 적이 있다. 국민의힘 측은 벌써부터 "이 대표가 국회를 방패막이로 쓰고 있다"며 공세에 나선 상황이다. 수도권 지역구의 한 민주당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표결이 향후 이 대표 체포안 표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방탄 지적이 누적될 경우 부결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며 "내로남불과 국회의원 특권에 관한 지적은 민주당이 아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경남도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공천을 도운 대가로 7천만원을 받고 보좌관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하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 의원은 30일 신상발언에서 "(국회 내) 아무런 조사 절차도 없이 법무부장관의 제안 이유와 해당 의원의 신상 발언만으로 표결하는 것은 해당 의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며 부결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