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노동연구회 중도사임' 김인아 "장시간 노동 유발, 개편안 '개악'"

김 교수 "한국, 노동시간 제대로 기록하는 회사 별로 없어"
"정부 개편안 적용할 수 있는 예외적 상황 통계 보기 어려워"
'법적근로시간 주 40시간이 원칙'…"정부안 기본 전제부터 잘못"
김유선 "정부, 7080때 노동시간으로 후퇴하려는 듯"

지난해 7월 미래시장노동 연구회 회의에서 발언하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 초안을 수립한 전문가기구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위원 중 유일한 보건 전문가였던 한양대학교 보건대학원 김인아 교수가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개편안은 장시간 노동유발한다는 측면에서 '개악'"이라며 정부의 개편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30일 오전 9시 30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과 노동자 건강권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주로 경제·경영·법학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연구회에서 유일한 보건 전문가였던 김 교수는 지난해 11월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관련한 내부 논의 과정에서 의견 충돌로 연구회 위원을 사임했다.

김 교수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사업장의 특성을 확인해 일부에 일부에 대해 제한적 적용을 검토해볼 수 있는 제도를 보편화해 모든 사업장과 노동자에 적용하도록 하며 장시간 노동시간을 유발할 수 있는 제도의 변화는 보건학적 측면에서 '개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개편안은 현재의 주 52시간이라는 장시간 노동시간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노동시간의 산출단위를 평균화하는 제도로 노동자들의 예측가능성과 불안정성을 증가시킨다"며 "일정 기간의 초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불건강을 예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번 정부 개편안을 준비하는 과정의 연구회 내부 논의에서 충분한 선행 조사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2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과로사 유가족과 쿠팡노동자 대책위원회 등 단체 관계자들이 '노동자 건강을 위협하는 근로시간 개편안' 유가족·전문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노동시간을 제대로 기록하는 회사가 별로 없다. 이런 조사를 고용노동부에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사업체에서 노동력 조사를 하기도 한다"며 "문제는 이런 제도(정부 개편안)를 적용할 수 있는 예외적 상황은 통계로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체적인 흐름을 알 수 있는 자료는 봤지만, 이것만 보고 전체로 확대해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극단적 상황을 상정하고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정부 측의 설명에 대해서 김 교수는 "오히려 일부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5인 이상 전 사업장의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지금의 정부안"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안은 기본 전제부터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인노무사인 직장갑질119 야근갑질특별위원회 박성우 위원장은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고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 당사자 간 합의 하에 주 12시간을 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신 평소에는 주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을 지키라는 것이 우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제도의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시간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점점 후퇴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이사장은 "그동안 한국 사회는 노동시간을 빠른 속도로 단축해왔다. 1970~1980년에는 주 12시간씩 맞교대로 근무하며 격주로 하루를 쉬기도 했다"며 "정부가 그 시점으로 되돌리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현장 노동자들은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스마일게이트노조 차상준 지회장은 "노동시간 개악 발표는 결국 특정 기간 초장시간 노동, 즉 '크런치 모드'를 전 산업에 확대하겠다는 것"이라며 "크런치 모드는 노동자의 건강에 치명적이다. 이미 건강을 해친 후 몰아 쉰다고 해서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하루 수십시간씩 현장에서 일을 해본 적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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