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녀'에서 말간 얼굴로 달걀을 먹던 평범한 소녀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존재들을 압도적인 초능력으로 물리칠 때는 단번에 서늘한 얼굴로 바뀐다. 신인답지 않은 아우라와 밀도 높은 연기를 선보인 김다미는 단숨에 주목받는 배우로 떠올랐다.
이후 '이태원 클라쓰'와 '그 해 우리는'에서 보여준 김다미는 '마녀'와는 또 다른 얼굴이었다. 이처럼 그가 출연한 작품은 손으로 충분히 꼽을 수 있지만, 매 작품 김다미가 남긴 인상은 가늠할 수 없는 깊이로 다가왔다.
'소울메이트'에서 자유분방하지만 그만큼 내면의 슬픔을 간직한 미소를 연기한 김다미는 이전 작품들과는 또 다른 얼굴을 꺼내 보였다. 김다미는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채워가며 안 해봤던 걸 해보고 싶고, 몰랐던 걸 찾고 싶다고 했다. 이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기로 했다.
김다미에게 '소울메이트'란
▷ 하은 역 전소니와 함께 호흡을 맞춘 소감에 관해 묻고 싶다. 그리고 김다미가 본 전소니는 어떤 배우였나?
언니는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스타일이다. '이게 맞을까?' 계속 물어보고 다양한 생각을 보는 거 같았다. 그런 부분이 섬세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호흡을 맞추면서도 편안하고 좋았던 게, 내 캐릭터를 언니가 나와 똑같이 이해하고 있는 거였다.
내가 굳이 뭔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언니는 미소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에 대해 알고 있고, 어떨 때는 내가 이야기한 것보다 더 나은 의견 주기도 했다. 같이 미소와 하은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연기할 때 좋았다.
▷ 연기하면서 미소와 하은에게 공감했던 장면이 있다면 무엇일까?
하은이와 미소가 호텔에서 서로 싸울 때였다. 서로 표현하진 않지만, 음식을 시키는 과정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 안에 뭔가 서로 표현하지 않은 많은 게 들어가 있다. 그 사소한 말로 싸우는 게, 그 감정이 너무 공감됐다.
▷ 촬영하면서 나의 친구 혹은 친구가 아니더라도 누굴 떠올린 적이 있나?
어린 시절을 같이 보냈던 친구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자주 연락도 못하고. 그렇지만 서로의 상황을 다 있는, 그런 경험이 생각나기도 했다.
▷ 김다미에게 '소울메이트'란 어떤 존재인가?
정말 미묘하다고 생각했는데, 난 하은이와 미소도 사실 서로의 어떤 점을 보고 친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 만나 통성명하는 순간 인연이구나, 그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마음이 통한다는 감정을 분명히 받았다. 그래서 함께했고, 미소도 비 오는 날 달려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울메이트라는 게 난 굳이 어떤 뭔가 행동을 하거나 어떤 걸 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의 선이라고 해야 하나.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다미는 도전하고 성장하고 싶다
▷ 이번 작품을 하면서 다양한 각도로 포착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한 게 있을까?
우리 영화를 찍으면서 느꼈던 건데, 클로즈업이 되게 많다. 그걸 보면서 나도 내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게 되더라. 감정을 표현할 때 근육의 움직임 등 잘 몰랐던 게 자세히 보이니까 '내가 얼굴을 저렇게 사용하고 있구나' 느낀 부분이 있었다.
▷ 그동안 보여준 모습을 보면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하는 거 같다.
내가 평상시에는 안정적인 걸 추구하는 성격이다. 편안한 상태를 좋아한다. 그러나 배우로서는 하고 싶은 게 많은 것 같다. 안 해봤던 걸 해보고 싶고, 몰랐던 걸 찾고 싶다. 이런 점들은 미소와 비슷한 거 같다. 미소와 하은의 지점들을 다 갖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 '마녀' '이태원 클라쓰' '그 해 우리는' 등 출연한 작품이 연달아 성공했다. 매 작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다른 모든 배우도 그렇겠지만, 캐릭터를 대할 때 최대한 진심으로 대하려고 노력한다. '나'라는 배우 말고 그냥 '캐릭터'가 보이면 좋겠다. 그래서 평상시에 내가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어색한 것도 캐릭터로 보이면 좋겠다는 바람이 더 커서 그런 거 같다. 내가 평범한 얼굴이어서 관객이나 시청자들께서 일상적으로 받아주시는 것도 있는 거 같다.
▷ 작품의 잇단 성공에서 오는 부담은 없나?
어떤 작품을 선택할 때, 물론 잘되면 너무 좋지만 과정이 재밌어야 한다. 얻고 성장하는 부분이 있어야 스스로도 후회가 안 되는 거 같다. 물론 지금까지는 어쩌다 보니 결과가 잘 나왔지만, 언젠가 그런 날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일단 과정이 재밌는 걸 선택하자고 하고 해왔고, 그래야 그런 날이 와도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 어느덧 5년 차가 됐다. 처음 시작했을 때를 떠올리면 지금의 김다미가 남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
항상 어렵고 항상 새로운 도전이라고 느껴서 연기가 재밌는 거 같다. 뭘 할 때마다 항상 두렵고 어렵지만 하고 나면 뿌듯함이 생긴다. 요새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사실 5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작품을 한 건 아니지만 내가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연기 스타일로도 한번 해보고 싶다. 캐릭터에 대한 도전도 있겠지만, 연기적으로 접근 다르게 하고 싶다거나 이전까지는 내 방식을 썼다면 또 다른 방식으로도 해보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