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부담이 늘고 자산가격이 떨어지면서 집을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는 '고위험가구'가 1년새 2배로 늘었다. 이들이 대출을 받은 저축은행과 여신전문회사의 손실 가능성도 덩달아 올라갔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금융안정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부채자산비율(DTA)가 100% 넘는 고위험가구의 비중이 2월 기준 전체 대출자의 5%에 달했다. 버는 돈의 40% 이상을 빚 갚는데 쏟아붓고(DSR), 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다 갚지 못하는(DTA) 가구가 100명 중 5명이라는 것이다.
이들 고위험가구는 2016년 2.9%, 2017년 2.7%, 2018년 3.3%, 2019년 3.4%, 2020년 3.2%, 2021년 2.7%에서 급격하게 뛰었다. DTA도 21년 대비 올해 2월 기준 131.6%에서 158.8%로 상승했다. 보유한 자산에 비해 빚의 규모도 그만큼 커졌단 의미다. 올해 2월 현재 고위험가구가 갚아야 할 금융부채는 전체 가계부문 금융부채의 9%로 추정됐다. 2021년(3.9%)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비중이 커진 것이고, 그만큼 부채 부문의 '약한 고리'라는 뜻이다. 고위험가구의 평균 금융부채 규모는 2억5000만원으로 비(非) 고위험가구(1억원)의 2.5배에 달했다.
한은은 "고위험가구 중 7%가 30일 미만 단기 연체 경험이 있고, 연체를 한 적이 없어도 앞으로 부채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응답한 가구도 고위험가구의 5.3%여서 이들의 부채가 점차 연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고위험가구는 이미 대출 상환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금리가 올라가는 수준만큼 연체 위기에 노출된다고 볼 수 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고금리와 경기불황으로 고위험가구의 연체가 늘어날 경우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은 현재 0.7%에서 올해 말 1.0%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장기 평균 연체율(1.3%)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고위험가구의 위험 노출은 이들에 대한 대출이 많은 저축은행과 여전사가 타격도 그만큼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저축은행과 여전사는 가계대출에서 고위험가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6.6%, 16.6%다. 은행(7.2%)과 비교하면 2~4배가 넘는 수준이고 상호금융(11.6%), 보험사(12.4%)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저축은행과 여전사는 고위험가구 대출 중 신용대출 비중도 높아 대출자산 회수율이 예상보다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의 손실흡수능력이 양호해 가계대출 연체 확대에 따른 기관 부실 우려는 아직 크지 않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과 여전사의 자본적정성 비율은 각각 13.3%, 17.8%로, 규제비율(7%, 7~8%)보다 두배 가까이 혹은 두 배 이상으로 높다. 한은은 "가계 전반의 부실위험은 제한적이지만 고위험 가구의 부실로 향후 일부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연체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