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이 수출규제를 해제했다. 업계는 수출 규제로 좁아졌던 필수 소재의 공급망이 확대하고,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다만 이미 공급망 다양화에 성공했기 때문에 생산성이나 실적에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진 않을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은 1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를 즉시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그 대응 조치로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를 취하기로 했다.
일본이 지난 2019년 7월 시행한 수출규제 품목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을 위한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PR)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등 3개다.
이 장관은 또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 리스트(수출 관리 우대 대상국)'에서 제외한 조치에 대해서도 최대한 신속히 복귀하는 방안을 긴밀하게 논의한다고 밝혔다. 현재 화이트 리스트 배제로 우리나라 기업은 특정 품목 수입 시 6개월 단위로 허가를 신청하고 정부의 심사를 90일까지 받아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같은 조치로 우리나라와 일본이 첨단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의 산업 형태나 발전 방향에 비추어 보완할 수 있는 게 매우 많다고 생각한다"면서 양국의 국익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계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심화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등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양국 간의 상호협력과 기술교류 등을 통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고, 양국 간 투자와 교역 등 경제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영자총엽회도 양국 간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향후 한일 투자와 무역 등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업계도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로 공급망이 정상화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는 기업에 큰 도움이 된다"면서 "일본의 소재는 기술 수준이 높고 성능도 우수해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의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도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2019년 수출규제 이전부터 사용해왔던 소재이기 때문에 별도의 검사 없이 곧바로 생산 라인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정치‧외교적 '불확실성의 해소'도 성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한일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일본이 추가적인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불안이 있었는데, 이 문제가 해소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기업의 경영 측면에서 불확실성은 곧 위험 요소이기 때문이다.
다만 긍정적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미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를 보면, 10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관련 수입액의 일본 비중은 2018년 32.6%에서 지난해 21.9%로 10.7%포인트 줄었다. 특히 반도체 분야 수입액의 일본 비중은 2018년 34.4%에서 지난해 24.9%로 9.5%포인트 감소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2019년 수출 규제는 당장의 재고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조치로 충격이 컸던 것"이라며 "이후 공급망을 다변화했고,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됐지만 수입이 원천 봉쇄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이 밖에 성장을 시작한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